Department of Web Culture & Arts

웹문예학과

창작 공간

소설

하늘에서 용이 떨어진 건에 대하여 1화
등록일
2020-04-24
작성자
사이트매니저
조회수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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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엽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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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첫 번째 별
>
>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
>누구에게나 정해진 짝이 있다고?
>
>그런거 듣기 좋게 포장된 광고 문구일 뿐이잖아.
>
>그래,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알콩달콩 깨를 볶고 있을지도 모르지.
>
>다만..
>
>그게 내가 아니라는 사실이 변하지 않을뿐..
>
>
>…
>
>
>“..아 너는 왜 그렇게 욕심이 없니..?”
>
>허리까지 내려오는 장발의 여인이 손에 새까만 뱀을 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엄청 위험해 보이지만 뱀은 얌전히 여인의 손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
>또 이 꿈.. 
>
>잊을만 하면 꾸게 되는 이 꿈은 항상 한명의 여인과 한 마리의 뱀이 나온다. 여인은 뱀에게 욕심 좀 가지라 말하고.. 뱀은..
>
>“가지고 싶은 것이 없습니다..”
>
>처음 이 꿈을 꿨을 땐 뱀이 말하는 것에 대해 매우 놀랐지만 몇번 반복해서 꾸게 되니 이제는 익숙해졌다. 궁금한 건 여인이 뱀을 부를 때 이름을 말하는 것 같은데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뭐.. 꿈인데 어떤가.. 어차피 일어나면 사라질 것인데..
>
>뱀이 대답했으니 이제 여인의 마지막 말과 함께 잠에서 깰 차례였다.
>..아 그럼.. 나는..
>“아직도 꿈인 것 같나요?”
>
>..?!
>
>지금까지 꾸던 꿈과는 전혀 다른 진행.. 무엇보다 지금까지 뱀을 보고 있던 여인의 눈동자가 정확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한 파란색의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나한테 말한건가?

“네. 당신에게 말한거랍니다.”

그렇게 말하면 내게 미소지어 보인다.

“이건.. 꿈..??”
“네. 맞아요. 이건 당신의 꿈이긴 하죠. 아..”

당황하던 내게 서서히 투명해지기 시작하는 여인의 팔이 보였다. 그걸 보며 담담히 말을 잇는 여인.

“음.. 아직은 이 정도가 한계인가 보네요.. 그럼.. 다음에 봐요.. ..아니 영주님.”



“오 영주야 오늘은 지각 안했네?”

교실에 들어서자 검은 단발에 얌전해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활기차게 물어오는 소녀.

“수영아 안녕. 오늘은.. 악몽을 좀 꿔서 일찍 일어났거든.”
“음.. 또 그 꿈..?”
“머 일단은.. 그 꿈..”

수다가 시작되려 할즈음 교실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왔다.

“자 다들 조용히 하고 자리에 앉아라. 아침 조회하자.”

선생님의 등장에 교실은 마치 잘 정돈된 서랍장처럼 변했다. 우스운 일이다. 선생님의 권한인걸까? 선생님의 한 마디에 교실의 아이들이 군인처럼 통제가 된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교재를 보고 똑같은 수업을 받는다.

“지루해.. 으악..!”

창밖을 보던 영주에게로 새하얀 분필이 날아들었고 정통으로 맞은 영주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걸 보고 웃느라 정신없는 반 아이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 반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이었다.

“조용조용. 거기 영주님 창밖보지 말고 나와서 이 문제 풀어봐라”

분필을 던진 선생님은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며 문제를 풀게 시켰지만 별명 때문에 아이들은 다시 웃음바다가 된다.

영주님. 영주라는 이름 때문에 어렸을때부터 영주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달콤한 로맨스를 꿈꿨으나 학기 초부터 영주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려 이제는 그냥 전부 친한 친구가 되어버렸다..

“하아.. 내 팔자가 이렇지 뭐.. 으악..!”
“자꾸 뭐라고 중얼거리는거야?! 빨리 나와서 안 풀어?!”

또 한차례 분필을 날리며 소리치는 선생님이었다..



평소와 다름 없는 하굣길..
영주는 수영과 함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야. 내가 거기에 주먹을..!”
“아 맞다!”

평소처럼 수영의 수다를 들으며 걸어가던 영주는 무언가를 떠올리고 멈춰섰다.

“깜짝이야.. 무슨 일이야??”
“나.. 핸드폰을 두고 왔어..”
“..뭐? 하아.. 아침부터 상태가 이상하더라니.. 핸드폰을 두고 오냐..”
“미안한데 같이 가주면.. 안될까..?”
“뭐야 여전히 학교가 무서운거야?”

영주와 수영이 다니는 고등학교에는 몇가지 괴담으로 유명했다. 제일 유명한 괴담 중 하나가 바로..

“학교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그런거 장난인게 뻔하잖아.”
“우으.. 그치만! 나 귀신에 약한거 알잖아..”

영주는 무엇보다 귀신을 엄청 무서워했다. 오죽하면 중학교때 학교에서 축제때 만든 귀신의 집을 보고 혼절했을 정도였다.

“깔깔깔 맞아맞아 너 귀신에 엄청 약했지.”

반대로 수영은 할머니가 무당이셨기 때문에 어렸을때부터 귀신같은건 무서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안. 오늘은 할머니 도와드리기로 해서 빨리 가봐야해. 나 간다~. 파이팅!”

그 말을 마지막으로 냅다 달려가버리는 수영.
그런 수영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영주는 터덜터덜 학교로 걸음을 옮겼다.

“으으.. 왜 하필 들어간 고등학교에 이런 괴담이 있는 학교냐구?!”

투덜대며 학교로 걸음을 옮기는 영주.
학교가 무서워 옮기는 걸음이 느려지고 있지만 하늘은 야속하게도 어두워지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결국 학교에 도착할 즈음에는 하늘은 이미 새까만 상태였다.

“하아.. 내가 핸드폰을 왜 두고 왔을까..”

자신의 실수를 후회하며 서서히 학교로 들어서는 영주는 아직 열려있던 교문 사이로 들어갔다. 마치 호러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학교에 겁을 먹었지만 핸드폰만 얼른 가지고 나오자는 생각을 하며 서둘러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복도가 들어오자 아무 생각도 들어오지 않았다.

“2층.. 2층에 빨리 가서 얼른 핸드폰만 갖고 나오는거야..!”

터벅.. 터벅..

아무도 없어 자신의 발걸음 소리가 울리자 영주는 다시 겁을 먹고 제자리에 멈춰섰다.

“히이익…!”

이내 얼른 올라가자는 생각에 냅다 뛰기 시작한 영주. 계단을 뛰어올라 2층에 올라선 순간.

“까꿍~!”
“.. .. ..”
“어라..?”

눈앞에 나타난 새하얀 가면에 놀라 멈춰섰다. 아무 말 못하고 가만히 서있자 새하얀 가면은 손을 들어 영주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어라라? 뭐지?”

자세히 보니 하얀 가면의 몸은 새하얀 천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무엇보다 발이..

“발이.. 공중..공중에.. 귀..신..? 으게엑..”

발이 공중에 떠있었다. 그 사실을 확인한 영주는 선채로 기절해버렸다.
그런 영주를 보며 재밌어하는 새하얀 가면.

“어라? 기절했어? 기절했다! 꺄하하! 너 정말 재밌구나~?”

선채로 기절한 영주의 주위를 돌며 꺄르륵 거리며 웃는 하얀 가면.

“요괴 사냥꾼 때문에 고생이었는데 한동안은 재밌겠네. 이 정도면 참을수 있지.”

한 동안 빙글빙글 돌던 귀신은 도는 것을 멈추고 제자리에서 어느 방향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무엇이 보인 것일까.
한동안 쳐다보던 가면은 아직도 기절해 있는 영주를 한번 돌아보고는 이내 모습을 감췄다.

“아쉽네.. 다음에 또 보자구. 재밌는 인간.”

귀신이 모습을 갑추고 조금 지났을까. 귀신이 바라보던 방향에서 검은 단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소년이 걸어왔다. 새파란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났고 만약에 영주가 정신을 차렸어도 다시 기절할 만큼 차가웠다.

“흐음.. 이쯤이었는데.. 음..?”

선채로 기절해 있는 영주를 보며 가만히 멈춰선 소년.
어두운 밤 학교 복도에서 선채로 기절해 있는 영주를 보며 놀랄만도 하건만 소년은 익숙한 듯 영주를 안아들고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
여느 때와 다름 없는 꿈이었다. 손 위의 뱀을 보며 말하고 있는 여인. 아니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거대한 뱀. 아니.. 거대한 검은 용의 손에 예의 그 여인이 들려있었다.

여인은 죽은 듯 미동도 없이 누워있었다. 아무 말 없이 그 여인을 바라보던 용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 .. .. ..?”

뒷 말이 들리지 않았지만 용은 내게 무언가 질문을 했고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용은 여인과 함께 사라졌다.



정신을 차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새하얀 천장이었다. 익숙한 가구와 벽지.. 영주의 방이었다. 익숙한 포근함에 다시 잠드려는 그 순간..

“허업! 핸드폰! 학교!”

다행히 핸드폰은 바로 옆에 있었고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어떻게 된거지.. 엄마아!!”

어제의 일을 떠올리던 영주는 방을 나서며 엄마를 찾았다. 다행히 엄마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계셨다.

“엄마! 어제 나 어떻게 된거야?!”

그 말에 날아오는 등짝 스매씽.

“으이구 이 기집애야! 그건 내가 할말이지! 너 어떻게 된거야?! 기절한 상태로 네 학교 선배가 데려다줘서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너 또 귀신의 집 갔지?!”
“아야야… 응? 선배..??”
“됐고 나중에 만나면 꼭 감사인사하구 씻구와서 밥이나 먹어 이 기집애야!”

아픈 등을 문지르며 욕실로 향한 영주는 씻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선배..? 그 시간에 나 말고 학교에 남아있던 사람이 있었나? 아니 그보다 내 집을 어떻게 알고?? 으아악..! 몰라! 나중에 생각하자!”

이내 아무 생각없이 샤워에 몰두하는 영주였다.



“파란색 눈동자?”
“그래 처음에 깜짝 놀랐다니까 외국인 혼혈이라구 하던데 그런 색은 처음 봤다. 얘~”

샤워를 마치고 엄마가 차려준 아침을 먹으며 이야기를 듣는 중이었다.

“나 아는 선배 딱히 없는데. 어떻게 우리 집을 알았지?”
“나야 모르지. 뭐 학생부나 그런거 본거 아니겠어? 아니면 우리 딸에게 평소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던가? 어머어머 드디어 우리 딸도 분홍빛 나날을 보내게 되는건가?”

영주의 일에 열을 올리며 수다가 늘어나는 영주의 엄마.

“아니야..! 엄마도 참.. 얼굴은 커녕 누군지도 모른다구..”

로맨스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은 엄마나 영주나 매한가지였다. 중학교부터 꿈꾼 로맨스를 바라며 고등학교에 올라왔지만 별명 때문에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주는 어제의 사건도 있고 누군지 모르는 선배를 생각하며 분홍빛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영주..라..”

밝았던 달이 지고 해가 떠오른 학교 옥상. 검은 단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소년이 멍하니 앉아 어제의 소녀를 떠올리고 있었다. 선채로 기절해 있던 소녀는 기억에 안남을래야 안남을수 없었지만 소년은 이미 영주를 알고 있던 것처럼 그리워하는 눈빛이었다.
몇 년 동안 차가운 인상처럼 차갑게 얼어있던 소년의 마음에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걸까. 영주라는 이름은 차가은 소년의 마음에 오랬동안 남아있었다.
평소라면 알아차렸겠지만 영주라는 이름에 취해 누군가 차가운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채 한동안 그 자리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