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artment of Web Culture & Arts

웹문예학과

창작 공간

양선혜, 「마른 행주」(제3회 신추문예 <차하> 수상작)
등록일
2021-10-25
작성자
웹문예학과
조회수
112

마른행주  (양선혜)

 

오늘 새벽,

바닥에 물을 흘렸다

누가 밟아 내 슬픔이 다른 곳에 머물면 어쩌나

마른행주로 닦아냈다

 

다음날 새벽,

바닥에 물을 흘렸다

어제 닦았던 행주는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았다

그치만 누가 내 슬픔을 들여다보면 어쩌나

덜 마른행주로 닦아냈다

 

그 다음날 새벽,

바닥에 물을 흘렸다

여전히 행주는 마르지 않고 젖어 있었다

이젠 행주가 내 슬픔을 다 머금지 못한다

행주가 담아내기엔 너무 많은 양의 슬픔이었다

 

슬픔에 젖지 않은 행주를 가져와서 닦아볼까

아니 그냥 이 슬픔이 완전히 마를 수 있도록

손대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