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artment of Web Culture & Arts

웹문예학과

창작 공간

새내기백일장

제10회 웹문예학과 새내기백일장 수상작 (장원)
등록일
2025-06-10
작성자
웹문예학과
조회수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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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빈



     1.

     그 사건은 백주년 기념관에서 벌어졌다. 아주 큰 벼락! 온 세상이 번쩍 하더니 커다란 굉음이 내리꽂혔다. 순간 온 세상이 검붉게 보였다. 조인(鳥人)들과 인간들의 교류를 축하하는 백주념 기념관 완공식 날이었다. ···정부가 조인들의 존재를 암암리에 숨겨온 탓에, 정확한 교류 기간은 150년 정도로 추정됩니다. 어느 유명 대학의 정치학 교수는 기념관 건너편의 반대 시위에서 그렇게 말했다. 시위 속 사람들은 조인에게 자유를, 그들은 고귀한 존재다, 하는 피켓을 흔들고 있었다. 조인과 함께 살기에 인간은 너무 불경한 존재라고 주장하는 이들이었다. 교수의 말이 커다란 스피커를 통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하지만 오픈식에 있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야 오늘은 공식적으로 조인의 존재가 인정된 지 백 년이 되는 날이니까. 그리고 그날, 준규 또한 그 백주년 기념관에 있었다.

 

     2.

     어린 준규는 앙상한 갈비뼈를 보고 있다. 썩어 들어가기 시작한 참새의 살점 주위로 구더기가 들끓었다. 퀘퀘한 냄새는 빗물에 씻겨 내려간 지 오래였다. 구더기는 가장 여린 살점부터 뜯어가는 법. 눅진한 공기 속으로 참새의 어깨뼈가 드러나 있었다. 준규는 새끼손가락보다 더 얇은 뼈를 손으로 잡았다. 준규가 아주 약간 힘을 준 것만으로도 어깨뼈는 두 조각으로 부러졌다. 뼛속은 공허하게 비어 있었다. 꼭 그 안에 누군가가 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준규는 두 동강이 난 어깨뼈를 주머니에 넣었다.

 

     3.

     준규는 가끔씩 백 년 전의 오늘을 생각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날개를 단 사람들이 나타났을 것이다. 어디를 가든 모두가 날개에 대한 이야기를 했겠지. 백 년 하고도 하루 전날의 사람들에게는 날개 없음이 정상적인 상태였을 걸. 그리고 하루 뒤, 사람들은 날개 없음날개 있음으로 바뀌는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준규는 그것이 어색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상상되지 않았다. 세상이, 처음부터 날개를 달고 태어난 것만 같았다.

     조인들이 핍박받는 시간들은 분명히 있었다. 사람들은 돌을 던져 하늘을 나는 조인을 맞추기도 했고, 조인이 자는 사이 날개를 꺾어버리기도 했다. 몇몇 공공기관들이 조인의 출입을 금하기도 했다. 심지어 조인의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조인처럼 보이기 위한 날개 오브제가 인간들 사이에 패션이 된 지 오래였고, 조인과 인간들은 같은 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준규가 알라를 처음 만난 곳도 그곳이었다.

 

     4.

     준규가 알라를 만난 날은 겨울 공기가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2월이었다. 준규는 중학교 입학식을 치르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조인들이랑 짝꿍이 되면 자리가 좁을 것 같아.

     하지만 날개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잖아.

     그거 알아? 어떤 조인들은 날개에서 비린내가 난대.

     준규는 그 아이들이 인간들만 있는 초등학교를 나왔을 것이라 추측했다. 조인들은 날개를 두 번 접어 부피를 줄이는 방법을 알고, 서로가 서로를 그루밍해주기 때문에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준규의 속이 문득 간지러워졌다. 횡격막 위에서 작은 구더기가 기어다니는 기분이었다.

     그때 준규는 알라를 처음 봤다. 다른 조인보다 유난히 작은 날개를 가진 알라가 준규의 앞자리에 앉았다. 준규는 창 밖을 바라봤다. 알라의 날개가 물에 젖어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창 밖에서는 갓 나오기 시작한 이파리들이 따스한 햇살을 온 몸으로 만끽하고 있었다. 준규는 그때서야 알았다. 그건 물에 젖은 것이 아니라, 윤기가 흐르는 것이었다고.

     알라는 준규에게 유인물을 넘겨주려 했다. 알라가 반쯤 뒤로 돌아 준규의 몸쪽으로 유인물을 넘겼다. 날개가 의자의 등받이에 쓸리며 마찰음을 냈다. 메마른 풀잎이 바스라지며 흩어지는 소리와 비슷했다. 준규의 손이 알라의 손과 스치며, 짜릿한 정전기를 일으켰다. 준규는 자신의 뒷자리로 유인물을 넘기면서 생각했다. 봄인데, 정전기가 나다니.

 

     준규는 어쩌다 자신이 알라와 친해진 건지 기억할 수 없었다. 알라와 친해지고 난 이후에 알라를 사랑하게 된 건지, 알라를 사랑하게 되고서 알라와 친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당연한 이치처럼 준규와 알라는 특별한 사이가 되었다.

     준규와 알라는 서로의 손등에 입을 맞추며 놀았다. 준규는 알라의 손등에 입을 맞춘다. 입술 아래로 닿는 알라의 살결이 부드러웠다. 알라가 준규의 손을 잡고, 그 위에 입을 댄다. 알라의 입술은 미지근해서 간지러웠다. 등에서 오소소 소름이 돋아 준규는 웃음을 터트렸다. 준규가 먼저 웃으면 알라도 따라 웃었다. 낄낄대는 웃음소리가 아무도 없는 복도에 울렸다.

 

     5.

     어느 날 알라는 준규에게 노래를 들려주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알라는 휴대전화 음량을 키우며 준규를 바라봤다. 준규는 낯설었다. 준규는 알라가 들려주는 노래가 낯설었다. 준규가 듣기에 특별하지 않은 멜로디가, 가사가, 알라에게는 큰 울림이 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준규는 끝까지 노래를 들었다. 듣는다기보다 견뎌내는 일에 가까웠다.

     준규는 한 구절을 듣고 난 다음, 다음 구절을 들을 때에 노래를 잊었다. 알라의 깊숙한 곳을 파고들었을 노래는 준규의 겉만 훑고 지나갔다. 준규는 그날 밤, 알라가 들려준 노래를 떠올리려 했다. 다시 한번 들으면서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준규가 기억한 것은 알라의 날개. 자신의 등 뒤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알라의 날개, 그 속의 공허한 공간.

 

     6.

     알라, 난 네가 참 애틋하다.

     준규의 발아래에서 낙엽이 바스라지는 소리가 났다. 쭈그리고 앉아서 낙엽을 보던 알라가 준규를 바라봤다. 준규는 차마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도, 가볍게 느껴져서. 세상 곳곳에서 사람들의 입을 타고 내뱉어지는 그 단어 하나가 너무 천박하게 느껴져서, 준규는 차마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왜 말을 하면 할수록 의미가 옅어지는 걸까. 알라는 여전히 준규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준규와 알라는 서로를 바라봤다.

     알잖아, 너를 사랑할 수 없어.

     왜?

     넌 날개가 없으니까.

     준규는 이후 한참 동안 그 말을 곱씹었다. 날개가 없기에 나를 사랑할 수 없는 건, 알라, 너일까. 아니면 나일까.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참 짧게 느껴졌다. 방으로 돌아온 준규는 자신의 방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음이 서러웠다. 창틀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 안에··· 준규의 흥얼거리는 소리가 방 안을 맴돌았다. 준규의 안에는 알라를 위한 공간이 있을 터였다. 정작 알라는 없는 공간이, 영원히 그 자리에,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고 영원히 비어 있을 것이다.

     준규는 자신의 날개뼈 언저리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부근을 손으로 더듬었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뼈가 얕은 살결 아래로 뚜렷하게 느껴졌다. 인간은 이 날개뼈가 퇴화된 거라던데. 준규는 날개에 대해서 생각했다. 날개를 뻗는 느낌을 상상했다. 또 다른 팔이 등에 달려 있어서, 그걸 펼치는 느낌일까? 날개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바람을 만들어 냈다. 진규는 당장이라도 등에서 가시가 돋칠 것처럼, 날개뼈를 지분거렸다. 손끝을 따라 열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준규는 묻고 싶었다. 알라, 날개가 있는 건 어떤 기분이니. 등에 곧게 뻗은 것이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이야. 하늘을 난다는 건 또 어떤 거야.

     준규는 정말로 그것이 궁금했다. 하지만 알라와 진규가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 준규는 물을 수가 없었다. 잠시동안 멈춰서서 질문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앞으로 나아가던 알라가 조금씩 멀어지고, 알라가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고, 진규, 왜 그래, 빨리 와, 하고 말하는 순간까지도 생각했다.

     준규는 영원히 날개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준규는 결코 알 수 없었다. 알라에게 직접 묻기 전까지는 알 턱이 없었다. 하지만 준규는, 끝까지 물을 수가 없었다. 준규는 알라의 날개 사이사이를 상상했다. 보드라운 깃털을 헤치고, 빳빳한 날갯대를 어루만지다가, 날개 속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어쩌면 알라의 날개 아주 깊숙한 곳에서 옅은 비린내가 날지도 몰랐다. 그래, 준규는, 알라의 날개가 되고 싶었다.

 

     7.

     봄이 가고 여름이 왔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겨울이 왔다. 준규가 중학교를 졸업하던 날 준규는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자신의 인생에 알라는 없을 것이란 사실을. 준규가 살던 도시에는 조인과 인간이 함께 다닐 수 있는 고등학교가 없었다. 준규는 알라의 날개를 떠올렸다, 아주 자주. 가끔씩은 자신의 뇌 속에 공허한 뼈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준규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대학생이 되었고, 준규가 드디어 생물학과 대학원에 들어가던 날, 백주년 기념관 완공식이 열렸다.


     8.

     그 사건은 백주년 기념관에서 벌어졌다. 아주 큰 벼락! 온 세상이 번쩍 하더니 커다란 굉음이 내리꽂혔다. 조인(鳥人)들은 비명을 지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조인들의 날갯짓 탓에 사람들 사이로 은은한 바람이 불었다. 준규는 그 사이에서 공포의 냄새를 맡았다. 공포는, 비릿하고, 끈적이는 듯한 냄새. 한여름 방에 꽉 갇혀 있다가 문득 툭 터져 나오는 냄새. 준규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준규의 머리 위에서 수백수천의 조인들이 날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발이 허공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발버둥 치는 것처럼 보였다. 준규는 문득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고, 준규는 자신의 각막이 말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런 일은 가끔씩 벌어지던 일이었다. 조인들은 큰 소리에도 자주 이성을 잃었으니까. 폭죽놀이에 참여했던 조인들이, 큰 소리에 놀라 하늘로 날아갔다 돌아오는 일도 잦았다. 기념관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당황했지만, 그들은 곧 조인들이 지상으로 내려올 것을 알았다. 소리가 멎은 다음에 천천히, 올라갔던 것처럼, 다시, 내려올 것이었다. 그때 기념식을 다시 재개하면 될 일이었다. 잠시 혼란이 있었다고, 한마디만 하면 사람들은 쉽게 그 일을 잊을 게 뻔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10, 30, 1시간, 그들은 내려오지 않았다.

     준규는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에는 온통 인간들뿐이었다.

 

     조인들이 사라졌다. 온 세상의 조인들이 전부 다. 기념식의 벼락을 기점으로 모든 조인들이 하늘로 사라졌다. 한 달이 지난 시점까지, 조인을 목격했다는 인간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하늘을 날아다니는 조인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공중에 떠다니는 깃털 탓에 재채기를 하던 사람들의 재채기가 멎었다. 세상은 고요해졌고, 조용해졌다. 준규는 가장 먼저 알라를 생각했다.

     알라도 사라졌다.

     알라의 날개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