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권태기 - 이지영
- 등록일
- 2020-09-28
- 작성자
- 국어국문학과
- 조회수
- 320
권태기
이지영
우리는 창문을 열었고
밤이 찾아왔다
귀를 기울여 서로의 숨소리를 듣는 것은
따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창 밑에 고양이가 깨진 울음을 뱉었다
너는 시끄럽다 했고
나는 감미롭다 했다
고양이처럼 소리치던 너를 생각해
또 다시 바람소리만 들렸다
창밖에 남자가 욱욱 토하는 소리를 질렀다
너는 더럽다 했고
나는 부럽다 했다
괜히 헛구역질 한 번
해보고
집 안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에 차가워진 손은
왜 손들이 아닌가
더 찬 바람이 공기를
빼앗다 주었다 했다
방 안으로 햇살이 비춰왔다
너는 일어나려 했고
나는 파고들려 하지
햇살은 따갑구나
우리는 창문을 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