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artment of Web Culture & Arts

웹문예학과

창작 공간

권태기 - 이지영
등록일
2020-09-28
작성자
국어국문학과
조회수
217

권태기

 

                                                    이지영

 

 

우리는 창문을 열었고

밤이 찾아왔다

 

귀를 기울여 서로의 숨소리를 듣는 것은

따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창 밑에 고양이가 깨진 울음을 뱉었다

너는 시끄럽다 했고

나는 감미롭다 했다

고양이처럼 소리치던 너를 생각해

또 다시 바람소리만 들렸다

 

창밖에 남자가 욱욱 토하는 소리를 질렀다

너는 더럽다 했고

나는 부럽다 했다

괜히 헛구역질 한 번

해보고

 

집 안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에 차가워진 손은

왜 손들이 아닌가

 

더 찬 바람이 공기를

빼앗다 주었다 했다

 

방 안으로 햇살이 비춰왔다

너는 일어나려 했고

나는 파고들려 하지

햇살은 따갑구나

 

우리는 창문을 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