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문학의 발전과 국제 교류에 기여할 인재 육성

국어국문학전공

창작 공간

허주은, 「샘」(제2회 신추문예 <장원> 수상작)
등록일
2020-10-12
작성자
국어국문학과
조회수
63

 

19학번

허주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씰룩거리자

빨간 풍선에 입김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째깍거리며 일정하던 시계가 결국엔 틀어지고

마치 얼른 풍선이 더 커지길 바라면서

눈총 가득 실은 살랑대는 공기가 부끄럽게 불어왔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빨간 풍선이 말갛게 불어 오를 때마다 이름들을 마음에 못 박았고

괜시리 주위를 살피며 혹시 내 빨간 풍선을 들킬까 웃으면서

풍선을 깊이 더 깊이 숨겨 왔다

 

언제부터인가 풍선이 제 맘대로 더 힘차게 불어 올랐고

누군가와 걷던 시간엔 나와 풍선만이 자리했으며

풍선은 내 공간을 갉아 먹으며 더 곱고 선명한 빨간색으로

잠 안 오는 밤 아무도 모르게 커지고 있었다

 

이윽고 빨간 풍선이 곧 터지기 직전

축축하게 잡고 있던 풍선을 탁 놓아 버렸고

매번 날 콕콕 쑤시던 그 풍선은 늘어진 채

피시식 아쉬운 듯 내 곁을 떠났다

 

빨간 풍선이 사라져 텅 빈 내 시간에는

코끝까지 화한 새 공기가 채워졌고

미운 사람들의 이름들이 희미해질 때쯤

등을 홀로 토닥일 수 없어 길었던 밤에

어깨 전체까지 토닥여줄 손이 내게도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