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추문예
임윤성, 「네 발로 기어가며」(제2회 신추문예 <차하> 수상작)
- 등록일
- 2020-10-12
- 작성자
- 국어국문학과
- 조회수
- 241
차하
네발로 기어가며
15학번 임윤성
이 선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나의 인간으로서 첫 기억은
어머니라는 여인이 우는 모습이었다
창가 너머를 바라보던 그 눈은
턱 밑에 칼을 놔둔 절박함이었지
한걸음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숨을 죽이며 엎드리던 모양새
병아리 보다는 도마뱀에 가까운
습기 찬 응달아래 몸을 숨기던 시절
네발로 기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으리라
세상이 아닌 발끝의 감촉으로서
그 고함의 세차에서 벗어나
달무리의 따스함을 칭얼거리던 안식처로
두발은 불안하지
그때 나는 어떤 발자국을 남겼을까
포말로 흩어지는 담배의 상념은
잿가루가 아닌 기면증을 남기고
손발의 진흙 때를 들여다보는 아이
여전히 일어서질 못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