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artment of Web Culture & Arts

웹문예학과

창작 공간

소설

이상
등록일
2020-04-24
작성자
사이트매니저
조회수
304

“일어나세요.”

아침이다. 저 사람을 따라가야 하는 것이 내 일상이다. 도착하니 상담실에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앉아 있다.

“오늘은 어떠니 찬유야?”
“오늘은 그저 그랬어요, 선생님. 오늘도 말 안 해주실 거예요?”

나는 병이 있다. 병원에서 말하는 대로면 말이다. 무슨 병인지 알려주지도 않는데 병이 있다고 한다.

“저는 병이 없어요. 다 그 사람이 거짓말한 거라고요. 저는 이상하지 않아요.”
“오늘도 그 이야기뿐 이구나.”

여기서 말하는 그 사람은 아버지다. 하지만 그 사람은 친아버지가 아니다. 새아버지다.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친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단둘이 행복하게 엄마와 살던 어느 날 엄마가 새 아버지를 소개하면서 사랑에 빠지셨다고 말하셨다. 물론 엄마가 원하는 것이니 그 당시에는 존중했었다. 하지만 뜯어 말렸어야했다. 그때부터 나와 엄마의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엄마를 괴롭히는데 제가 방해가 되니까 저를 병원에 보낸 거에요. 제발 경찰에라도 연락해주세요.”

내가 여기 병원에 갇히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왜냐고? 그 사람이 우리 집에 들어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변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몸은 야위기 시작했고 툭하면 우울해 하셨다. 일단 건강이 매우 급속도로 나빠지셨다. 분명 그 사람이 엄마를 괴롭히면서 망친 거다. 분명 나는 그 소리를 들었다. 방안에서 몰래 엄마가 슬픔에 빠진 듯한 울음소리. 그런 소리가 어디서 만들어 지겠어. 나는 엄마한테 한 번도 엄마를 슬프게 한 적이 없다. 분명 그 사람 짓이 분명했다. 자주 우셨고 나도 이제 지켜보지 않고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 반항했다. 하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것은 무시였다. 자신의 부인은 자신이 안다는 그 표정. 그 표정이 너무 싫었다. 엄마도 차라리 용기를 내서 괴롭힘 받는다고 말을 하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넘어 갈려고만 했다. 그 사람한테 내가 피곤해서 그렇다고 하면서 넘어가기만 했다. 엄마는 힘이 없는 것이다. 내가 구해야했다.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 나는 더욱더 반항했고 결국에 그 사람은 방해가 되는 나를 병이 있다는 거짓말과 함께 이곳에 보낸 것이다.

“하지만 경찰에서는 아무 이상 없다고 계속 연락이 왔다고 말했잖니.”

들어오기 전에도 경찰에 당연히 신고를 해봤었다. 그 사람 몰래 경찰이랑 복지센터에 연락했을 때 아무런 증거가 없어서 오히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기 시작했다. 이걸 이용해서 그 사람이 나를 여기에 가둔 것이다. 한마디로 내 실수다.

“그렇다고 제가 이상한 것도 아니잖아요. 제 눈으로 확인 해보고 싶으니까 이제 내보내주세요.”
“그래 우리도 이제 너를 여기에 붙잡아 두지 않을 거야.”

상담실에서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갑자기?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왜요? 방금까지도 안 믿으셨잖아요.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꾸셨어요?”
“내가 결정한게 아니라 부모님께서 너를 잠시 집으로 데리고 오고 싶다고 하셨어.”
“오늘 상담까지 마치고 약물 치료도 어느 정도 진행해봤으니 잠시 동안 밖에서 지내볼 거야. 이번엔 나가서 이상하지 않다는 걸 제대로 부모님께 보여드리렴.”

왜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한 거지? 심지어 엄마랑 그 사람은 내가 여기 있는 동안 연락 한 통 없었다. 엄마는 그 사람을 이기지 못해서 나한테 연락을 못 한 거겠지만 그 사람은 연락을 할 리가 없다. 나를 장애물 취급하듯이 봤으니까. 그런 사람이 갑자기 나를 위한답시고 내보낸다고? 아니면 엄마가 나를 다시 데려 오는 것을 그 사람한테서 설득이 성공한 걸까? 많은 생각이 내 머릿속을 뒤집었다. 하지만 더 이상 생각할 필요는 없지. 이제 여기서 나가니까. 나가면 엄마를 구할 수 있으니까. 

“그럼 이제 다른 것에 대해서 물어볼게”

한 동안 상담을 하고나서 선생님한테 약을 받고 방에 들어갔다. 드디어 이곳에서 나간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미묘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고 그 때 목소리가 들렸다. 

“뭐 이리 얼굴이 굳어 있냐?”

친구다. 이름은 안 알려주고 자기를 별명으로 불러 달라고 한다. 별명이 스키토 라고 한다.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본 관련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듯하다. 내가 이 병원에 오기 전부터 이 방에서 지내왔었다고 했다. 덩치도 산만해서 아무도 맘대로 못 건 든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곤 했었다. 뭐 대충 들어보니 거짓말 인 듯싶었다. 애초에 자기 자랑만 엄청 하는 녀석이니까. 이런 스타일은 나도 피곤할 정도니 간호사들도 무시하는 거겠지. 그래도 병원에 올 정도로 이상한 애는 아닌데... 분명 쟤도 멀쩡한데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해버리고 나처럼 끌려 온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가끔 괜히 측은해서 말동무가 되어주긴 했다.

“내일 드디어 나간다.”

상담실에서 들은 내용을 이야기해주었다. 친구도 얼른 나가면 좋겠다고 하면서 부러워했다. 나중에 자기도 나가게 되면 보자고. 그러면서 또 한 귀로 걔가 말하는 말을 흘러듣다 보니 저녁이 되었다. 이제 짐을 싸고 준비해야지.

“다했냐?”
“다 했으니까 좀만 자야지. 피곤해 죽겠다.”
엄마를 얼른 만나고 싶다. 이번에는 무조건 엄마를 구할 것이다. 나밖에 엄마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저번처럼 아무 증거 없이 신고했다가는 다시 병원에 들어가게 된다. 더 이상은 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서랍을 연 다음 아까 받은 약을 꺼냈다. 그런 다음 변기통에 쏟아 부었다. 화장실은 CCTV가 없으니까. 병원 사람들은 분명 저 개 같은 CCTV를 통해서 내 방을 감시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내가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약을 먹어야 해? 뭐 이상한 것 넣어놓을지 누가 알아?’

애초에 이 사람들은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도 이 사람들을 믿을 이유는 없지. 약을 다 버린 후 씻은 다음에 자기 위해서 얼른 누웠다. 침대에 눕자마자 심장이 매우 빨리 뛰었다. 엄마를 만난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아니면 그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에 약간 긴장 한 걸까? 이제 슬슬 실감이 되는 듯하다.

‘어떻게 엄마를 구하지?’

매우 고민이다. 얼른 엄마를 구해야해. 어떤 방식으로 증거를 찾을지 계획하다가 친구의 목소리가 슬며시 내 귀에 들리면서 나도 모르게 낮잠에 빠졌다.

“얘는 벌써 자네. 인사도 못 하고 헤어지겠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어딘가 자꾸 아프기 시작해서 잠에서 깼다. 근데 이상해. 뭐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눈을 못 뜨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심지어 맨날 지켜보던 구석에 박혀있는 개 같은 CCTV도 보이지 않아. 뭐지? 가위에 눌린 건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누가 뭔 짓이라도 하는 건가? 아무리 소리를 쳐도 목에서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두려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몸은 또 왜 안 움직이는 건데? 아무 이유 없이 여기서 죽는 건가? 엄마는 어떡하지? 구해야하는데? 왜 갑자기 이런 개 같은 일이 일어난 거지? 몸이 더 아프다. 머리는 뇌가 튀어나올 정도로 아프고 심장은 터질 듯이 아프다. 이것만으로도 아파 죽겠는데 손이나 발 같은 부분이 더 아파오기 시작한다. 분명 꿈일 거야. 꿈인데 이렇게 아픈 건 뭐지? 일단 몸을 움직이는게 우선이야. 꿈 안속이면 더 움직여야 해.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나세요.”

간호사였다. 몸은 다시 움직이고 잘 보이기 시작한다. 아까까지 아팠던 부분은 멀쩡했다. 악몽이었나? 내 옷은 온통 땀으로 덮여 있었고 땀 냄새가 매우 진동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새벽 12시 반이었다. 긴장을 많이 했나보다. 그런데 왜 지금 깨우지 싶었다. 

“밤인데 왜요?”

드디어 온 건가? 나가는 건가? 얼른 데리러 왔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아버님께서 일찍 오셨어요. 바로 보내드릴까 했는데 악몽 꾸셨나 봐요. 씻고 나오세요.”

드디어 왔나보다. 아니 잠깐 나는 악몽을 꾸었다고 한 적이 없는데? 간호사를 째려봤다. 역시 이 사람들은 내가 잘 때도 CCTV로 감시 하는 거다. 하지만 따질 시간은 없다. 왜냐면 빨리 나가야 하니까.

‘이제 시작이야.’

다 챙기고 방을 나왔다. 이제 드디어 문을 열고 나간다. 오랜만에 마시는 바깥 공기다. 밤이라 저기 멀리 있는 주황빛 가로등만 보인다. 자세히 보니까 그 사람이 있었다. 차 시동을 꺼놓고 가로등 옆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기다리고 있다. 저 사람 차를 타고 가는 것이 매우 싫지만 마음먹고 천천히 다가갔다. 이제 시작이니까.

“타라. 춥다.”

오랜만에 듣기 싫은 목소리가 내 귀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춥다고 걱정까지 해주다니 너무나 고맙다. 

‘참아야해 엄마를 구해야하니까.’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일단 집에 있겠지. 엄마 건강을 생각해보면 밖에서 보기 힘드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일단 차에 탔다.

“일단 집에 들르기 전에 아빠 친구 장례식장 좀 들렀다 가자.”

갑자기 생뚱맞게 무슨 장례식장인가 싶었다.
 
“누구 장례식장인데.”
“내 친구 장례식장이야. 내일 아침이면 발인한다고 하니 오늘 잠깐이라도 들렀다 가자.”

말이 안 된다. 장례식장이 며칠이나 열리는데 지금까지 못 갔을까. 그리고 친구가 죽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감정 없이 이야기 할 수 있지? 분명히 이래놓고 무엇인가 꾸미는 것이다. 이 사람에 대한 확신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일단 부딪혀 봐야한다.

“밤이니까 졸리면 좀 쉬어.”

걱정해주는 척이 너무 역겹다. 내가 이 사람 말을 듣고 자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잠을 잘 수 없다. 그러고나서 몇 시간이 지나도 나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길래 결국에 나도 모르게 경계를 풀었다. 가는 동안 지루해서 차 내부를 둘러봤다. 뭐 그냥 평범한 차다. 그냥 깨끗하게 잘 정리 되어있는 좌석뿐이었다. 하지만 보조석에 있는 저 보관함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열어보고 싶었다.
분명히 저곳에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다는 확신이 든다. 열어보고 싶어도 일단 자동차가 달리는 중이기에 보조석으로 가서 열기에는 무리였다. 그러다 한 몇 시간이 지났을까.

“도착했다”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복도 밖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도 들리면서도 내부는 조용하기도 했다.

‘故 조현식님의 가시는 길 편안하게 가시길 바랍니다. 명복을 빕니다.’

이러한 글이 적힌 장례 화환을 보았다. 근데 내가 알던 사람도 아니고 모르는 사람의 장례이기에 들어가지 않았다. 바깥 편의점에서 라면과 음료수를 산 다음에 기다리고 있었다. 얼른 집에 가고 싶다.


보관함이다! 보관함이 생각났다. 지금 이 기회가 아니면 혼자 몰래 열어볼 기회가 없다. 차키를 그 사람한테서 받은 다음에 몰래 뒤져보는 것이다. 바로 편의점을 나와서 장례식장으로 들어가서 그 사람한테 차키를 받으러 갔다. 지금이 기회다.

들어간 순간 아까 아무 감정이 없던 모습을 가지고 있던 그 사람은 울고 있었다. 아까까지 울지도 않던 사람인데 갑자기 울다니, 약간 동정을 할 뻔했다. 아니 정신차려야한다. 내가 저 사람을 동정 할 뻔했다니. 저 사람은 위선적이고 역겨운 사람이다. 일단 차키가 더 급해서 빨리 다가갔다.

“차키 줘. 먼저 들어가 있을래.”
“나도 갈 거야. 같이 가자.”

눈물을 닦고 자리에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한테 인사를 한 후에 출발했다. 실패했다. 뭐지? 내 생각이 읽혔나? 간파라도 당한 듯이 차로 같이 돌아가게 되었다. 일단 조수석에 앉았다. 기회가 되면 열어 볼 것이다. 이제 집으로 간다.

“열지 마라. 아무것도 없다.”

나도 모르게 보관함으로 손이 뻗었고 그 사람은 바로 알아챘다. 역시 이 사람은 무엇인가 숨기고 있다. 분명히 나한테서 뭔가 숨기고 있다. 총이나 칼이라도 숨겼나? 

집으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휴게소에 도착했다. 기름이 떨어 졌나보다. 셀프 주유소이기에 그 사람이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지금이 기회였다. 보관함을 몰래 살짝 열었다. 살짝 확인 해보니까 이상한 종이로 가득 차 있었다. 사무용 종이 같았다. 읽을 시간은 없으니까 대충 뒤져봤지만 총이나 칼과 같은 무기 같은 물건들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무엇인가 더 있다. 더 찾고 싶었지만 그 사람이 뒤에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얼른 찾아야 한다. 빨리 손으로 뒤적거렸다. 종이, 종이, 종이, 종이. 더 이상 다른 물건이 없는 듯 했다. 아무 소득 없이 보관함을 닫았다. 짜증이 났다. 얼른 이 사람한테서 증거를 찾아야한다.

‘2시간 후에 도착 예정입니다.’

내비게이션 목소리가 들렸고 2시간 동안 고민을 했다. 어떻게 일을 시작할지. 일단 엄마를 설득 해보는 것이다. 설득 해보고도 통하지 않는다면 무슨 방법을 써야하지? 일단 이 사람과 같이 잘 어울려 사는 척 하면서 정확하게 증거를 찾아봐야겠다. 다시는 병원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 근데 내비를 보니까 집 주소가 변경 되어 있다.

“이사 했어?”
“엄마랑 마지막으로 상의하다보니 이사하게 됐어.” 
“마지막?”
“내려라.”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착했다. 일단 주변에는 집이 많이 없었다. 역시 일부러 이 사람은 여기로 피해서 들어온 거다. 사람이 적으면 범죄를 꾸밀 때 더 편하니까. 바깥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당과 함께 하얀 벽돌들로 지어져 있는 단독주택이 보였다. 검은 지붕은 그 사람의 범죄를 가리듯 천장을 뒤덮었고 유리문은 자신은 결백하다는 듯이 매우 크고 마당을 향해있었다. 부자가 사는 집처럼 보였다. 울타리는 풀로 휘감아져 있어서 바깥에서는 이 집을 보지 못하게 설계되었다. 딱 이 사람이 좋아할 만한 집이다. 얼마나 숨기는 것이 많으면 집을 이곳으로 옮겼을까. 얼른 증거를 찾고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일단 엄마를 만나봐야지. 이제 진짜 시작이다.
그때 저기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오셨어요?”

여자 목소리다. 엄마다. 유리문에 한 사람이 보였다. 일단 남성적인 체형을 가진 것은 아니다. 엄마인가? 일단 계획이고 뭐고 아무 생각은 나지 않고 엄마를 보기 위해서 다가갔다. 얼른 보고 싶다. 그러고 나서 나는 창문에 가까이 다가선 순간 입을 뗄 수 없었다.
  
저 여자는 엄마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