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artment of Web Culture & Arts

웹문예학과

창작 공간

새내기백일장

제7회 웹문예학과 새내기백일장 수상작 (차하2)
등록일
2022-05-26
작성자
웹문예학과
조회수
190
엄기백
세상은 지루하다.
그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진리다.

“응? 어째서?”

옆자리에서 내 얘기를 듣고 있던 친구가 묻는다.
하아, 전혀 모르겠다는 저 표정.
이 녀석,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듯싶었다.

“바보야, 그렇잖아. 매일 반복되는 하루, 그런데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이게 무슨 삶이야.”

-긁적긁적.

녀석은 이해가 되지 않는지, 책상에 엎드린 채 날 지긋이 바라보았다.

“난 말이야…… 학교, 학원, 집이 하루의 전부라고, 이게 말이 돼?”
“그래서 지루해?”
“당연한 거 아니야?”

-쾅.

나는 녀석을 따라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더 이상, 수업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나는 왜 얘한테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괜스레 미안해지네.

“야, 방금 건……”

그렇게, 사과를 하기 위해, 친구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쿠당탕.

아이 깜짝이야.

친구는 갑자기 책상을 박차고 일어서더니, 반짝이는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아! 그런 건가?!”
“응?”
“나도 수업 시간만 되면 지루해지는데…… 이런 감정을 하루 종일 느끼는 건가?”

오…… 드디어 녀석이 날 어느 정도 이해한 듯싶었다.
살짝 감동인데.

“어, 어. 대충 그런 느낌이야.”

-툭, 툭.

친구가 엎드려 있던 내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아야얏. 이 자식, 너무 세게 때리잖아.

“대단해, 대단해.”
“고맙다……”

-드르륵.

녀석은 기분이 좋아졌다는 듯, 기쁜 미소를 지은 채,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

생각해보니, 이 녀석은…… 항상 잠만 자네.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너는 좀 어때?”
“응?”
“너는 학교에 다니면서 매일 잠만 자잖아? 어떤 감정으로 학교에 오냐, 이 말이야.”
“아아.”

녀석은 질문에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답변이 뭐길래 이리 오래 고민하는 걸까.

“나는 너 만나러 오는데?”
“뭐?”

-씨익.

“너랑 있으면 즐거워. 이런 순간도 말이야.”

나는 그 순간 벙쪄 버렸다.
이런 건 상상도 못했던 답변이었다.

“그, 그러냐?”

남이 보기에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 친구.
녀석은 다시 내게 물어왔다.

“너도, 지금은 지루하지 않지?”
“응?”
“너 지금 웃고 있잖아. 그러니까 지루하진 않냐고 물어보는 거야.”

나는 친구의 말에 내 입주변을 만졌다.
어느샌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이었다.

“그렇네……”
“내가 학교에서 만큼은 지루하지 않게 해줄게. 알겠지?”
“맘대로……”

나는 방긋 웃음을 지었다.
잠깐의 대화로, 평생의 친구가 생기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