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artment of Web Culture & Arts

웹문예학과

창작 공간

신추문예

안유주, 「해몽」(제3회 신추문예 <차상> 수상작)
등록일
2021-10-25
작성자
웹문예학과
조회수
154

해몽       (안유주)

 

 

백사장 위를 거니는 꿈을 꿨다

발밑에는 극열하고 하얀 모래가

눈앞에는 심대하고 시퍼런 파도가

곧장 내 몸뚱이를 집어삼킬 듯 휘몰아쳤다

 

이렇게 죽나

이렇게 죽어야 하나

이렇게 죽어도 되나

이렇게 죽을 순 없다

 

매몰찬 파도에 휩쓸려 심해 끝을 방황하는 거무죽죽한 살덩이가 되느니

두 발로 뛰어들어 개헤엄이라도 찰박찰박 쳐보는 편이 낫지

두 팔을 휘저어 숨이라도 뻐끔뻐끔 쉬어보는 편이 낫지

 

칼바람을 등에 얹고 곧 죽일 듯 밀려오기에

내가 미쳤다고 한낱 파도 따위에 죽으랴 싶어 덮치듯 달려들었다

네가 크면 뭐 얼마나 큰데

네가 거세면 뭐 얼마나 거센데

그래봤자 손에 잡히지도 않으면서

 

놈과 내가 엉겨붙어 싸우는 꼴이 퍽 익살스러웠다

너는 나를 자꾸만 삼켜대는데

나는 너를 잡지도 밀어내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이 두 팔과 다리는 억척같이 버둥댔다

 

짭조름한 바닷물은 목구멍을 타고 들었다

폐부 깊숙이 들어차 있던 숨이 갈비뼈 새를 마구 두드렸다

이쯤에서 관두라는 뜻인가

혹은 조금만 더 버텨보라는 뜻인가

 

만약 내게 아가미라도 붙어 있었다면

파도쯤이야 가벼이 헤쳐 나갔을 것을

만약 내게 물갈퀴라도 달려 있었다면

바다 위를 마음껏 유영했을 것을

 

원통한 마음에 바락바락 부르짖었다

분명 입을 열어 소리치는데

그 소리마저 파도가 삼킨다

남은 거라곤 부글대는 거품과

유달리 들끓는 심장뿐이었다

 

감고 있던 눈이 부릅 떠진다

온 세포를 일깨우는 감각적 본능이었으리라

눈을 뜨고 보니 이놈의 바다는 어둡기만 했다

실로 이 몸뚱이를 집어삼키기라도 하겠다는 듯

 

이대로 죽나

이대로 죽어야 하나

이대로 죽어도 되나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얄따란 햇살 한 줄기가 시야를 가득 메운 것은 그쯤이었다

마치 동아줄과도 같은 모양새를 하고서

내게 오라 내게 오라 손짓하기에

죽을 둥 살 둥 온갖 관절을 버걱대며 헤엄쳤다

 

햇살 줄기를 따라갈수록 머리맡이 뜨거웠다

, 내가 수면 위로 향해 가고 있구나

어디서든 죽으란 법은 없구나

 

꿈은 불가능한 것조차 가능케 만드는 세계

내게는 아가미도 물갈퀴도 없지만

저 작디작은 햇살 하나에 숨을 맡겨본다

마침내 남은 한 모금의 숨을 꿀꺽 삼켰을 때

머리통이 불쑥 떠올랐다

그제야 죽어가던 숨이 헐떡헐떡 살아난다

 

죽고자 내버려 두면 결국 죽어버리는 어떠한 것들이 있다

살고자 달려들면 끝내 살아지는 어떠한 것들도 있다

그 기준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물비늘이 일렁이며 턱 끝을 스친다

맹렬한 태양은 야단스럽게도 눈동자를 찔러댄다

 

한바탕 요란한 꿈이었다

잠겨 죽지 않아 다행이다

쓸려가지 않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