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artment of Web Culture & Arts

웹문예학과

창작 공간

소설

이번 역은 신도림입니다. -나의 종착역은 언제나 신도림이었다.-
등록일
2020-04-24
작성자
사이트매니저
조회수
93
제1장- 이번 역은 미아사거리 학생회입니다.

 아무도 없는 강당의 무대에 서 있던 여학생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한순간이었다. 그녀의 옆에 있던 남학생은 여학생의 가만히 등을 토닥여 주었다. 자신을 위로해주는 남학생은 보이지도 않는지 여학생은 자신의 눈을 꼭 감았다. 여전히 사시나무처럼 덜덜 떠는 여학생의 손을 살포시 잡아주니, 마법처럼 여학생의 떨림은 없어졌고, 그 순간 벌떡 일어나 무어라고 중얼거리며, 자기 암시를 건 뒤, 마이크를 잡고 심호흡을 했다. 남학생은 무대의 뒤로 물러섰고, 남학생 외엔 아무도 듣지 않는 강당에 여학생은 마이크를 대고 준비한 연설을 다시 읊기 시작한다. 그 모습만 보았을 때는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연설을 듣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여학생의 목소리는 당차기 그지없었다.

“이번 신입생 환영회 진행위원의 대표이자, 서빙고 고등학교의 학생회장 신도림입니다. 오늘 식 진행에 앞서…” 

*** 

신도림은 무대의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 

남구로는 신도림에게 박수를 치며 다가와서 한숨을 쉬더니, 걱정된다는 듯 “그렇게 무대에 있는 것이 힘들다면 무리 안 해도 되지 않아? 이제 더 그 시절처럼 누가 강요하는 일도 없잖아?” 

하지만, 신도림은 고개를 내저은 뒤, 강한 의지가 담긴 눈으로 남구로를 본다. 

“그래도 우리 약속했잖아. 기억나? 나는 대표 너는 부대표” 

신도림의 말에 남구로는 “실제로는 태원이가 부대표지만.” 그 말조차 듣지 않고, 방금 다 읊은 연설을 열심히 연습하는 강한 의지가 담긴 신도림을 보고는 남구로는 무언가 잔뜩 불만이 있는지, 무대 앞의 객석의 의자에 앉으며, 투덜거렸다. 

그 모습을 본 신도림은 마치 귀여운 어린아이를 보듯 흐뭇한 미소를 잠시 지은 뒤, 다시 연설 연습을 한참 동안 진행했다. 그 사이에 남구로는 잠들었는지, 신도림이 자신의 옆에 앉는지도 모르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뉘엿뉘엿 해가 질 때 즈음 남구로는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떴다. 

자신의 옆에 앉아 연설의 대본을 검토하는 신도림의 모습이 먼저 보였다.

신도림은 남구로가 눈을 뜬 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남구로를 걱정하였다. “단순히 가위눌린 것뿐이야. 요새 자주 그래. 대본은 이상 없어?” 

신도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남구로를 보며 말한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나랑 저녁이나 먹으러 갈래? 배고프다.” 그녀는 배를 잡으며 마치 놀다가 밥을 달라고 온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는다.

모래가 깔려져 있는 운동장으로 나오면 어느새 학생들이 돌아간 흔적의 반은 사라져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 말을 꺼낸 것은 역시나도 남구로였다. “뭐 먹을 거냐고” 신도림에게 물었다.

“뭐 먹고 싶은데?” 신도림이 고민 끝에 고른 곳은 “즉석 떡볶이…?” 남구로는 가게 앞에서 이걸로 괜찮냐며, 신도림에게 물었지만, 신도림은 신나서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 신도림을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남구로도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신도림은 결정을 했는지, 직원을 부르고는 “즉석 떡볶이 2인에 콜라 두 개요.” 주문을 다 한 다음에 뭐가 그리 신났는지 콧노래를 부른다. 

“뭐가 그렇게 신나?” 라고 남구로가 묻자, 신도림은 “응? 그야 신나게 연습하고 먹는 떡볶이는 맛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너하고 둘이서 떡볶이를 먹는 건 오랜만이잖아. 아 맞다. 치즈 필요 없지? 안 시켰어 일부로” 

남구로는 신도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한다. “네가 싫어하니까 그렇겠지요.” 그 말에 신도림은 “헤헤 어떻게 알았지?” 숟가락과 단무지를 놓으며, 물을 따르는 신도림을 보며 남구로는 생각에 잠긴다. 

한참동안이나 정적을 유지하던 그는 “우리 어렸을 때 기억나?” 라고 신도림에게 묻는다. 

“응? 어떤 거?” 진짜 모르겠다는 듯 그녀가 다시 그에게 되묻자, “어렸을 때, 우리 아[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합시다.] 돌아가신 얘기 해준 거” 신도림은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남구로는 얘기를 계속 이어갔다. “그 뒤로 연애를 통 안하시다가 요즘엔 남자친구가 생기셨나봐. 형을 입양 하신 이유도 요즘에 엄마가 얘기해주셨는데, 자기 죽으면 너 외롭지 않겠냐고 형 하나 있으면 든든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 그렇다고 우리 형을 그러기 위한 도구로도 쓰는 건 아니지만, 원래 아들 두 명을 갖는 게 아빠랑 연애 하실 때 약속했다. 그거라도 지키고 싶다. 라고 하시더라고.”

남구로가 얘기를 하는 동안 직원은 그들에게 떡볶이 재료를 넣은 냄비를 부탄가스 위에 내려놓더니, 물을 붓고 뚜껑을 덮어준다. 

직원이 가니까 다시금 입을 여는 남구로. “그때 너희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보육원에 나하고 형을 종종 맡기시고 일을 나가셨는데 그때 너를 처음 본 거 기억나?” 

신도림이 고개를 끄덕이자, 남구로는 그때가 그립다는 듯 “그때 너 처음 봤을 때 나랑 똑같은 나이인데, 왜 거기에 있는 애들까지 네가 관리하고 돌봐줘야 하나 싶었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너희 어머니께 여쭤보러 갔는데, 아무 대답도 안 해주시더라. 그래서 엄마한테 물었어. 왜냐고 엄마가 너는 여기에서 제일 오래 있었으니까. 라고 그러시더라. 그 말 말곤 아무 말도 없으셨어.” 신도림은 그 말을 들으면서 떡볶이를 국자로 젓는다. 

그리고는 남구로에게 말한다. “응. 엄마 양딸이더라도 딸이었으니까 거기 애들을 돌봐야한다고 신신당부하셨어. 그 때 엄마가 나한테 모두의 언니누나는 너니까 언니답게 누나답게 행동하라고 했지. 그게 난 싫었어. 항상 앞에 나가서 뭔가를 해야 하고 하고 싶은 것도 못 하고, 애들이 잘못하면 내가 엄마한테 다 혼나야했지. 게다가 초 중 고 통틀어서 반장이나, 회장을 하라니까. 나는 엄마한테 뭘까 싶었어. 그냥 이 사람은 나를 자기가 못 이룬 것을 나한테 시키려드는구나 그러니까 나를 사랑하지도 않고 그렇게 권위적으로만 구는구나. 라는 게 팍 하고 감이 오더라. 어느 날부터인가 그래서 너한테 그때부터 계속 기대어 왔잖아. 무대에 서거나, 애들 앞에 설 때면 그 뒤나, 그 앞에 응원해줬잖아” 

남구로는 신도림의 말을 가만히 듣더니, 맞장구를 친다. “응 맞아. 근데, 응원하기 전에 네가 보육원 뒤뜰에서 우는 걸 보고 내가 사탕 줬던 게 시발점이었나?” 

신도림은 남구로의 말에 웃으며, “맞아 맞아. 그때 줬던 게 초콜릿 맛 츄파츕스였잖아. 그거 항상 네가 나한테 주잖아. 무대 나가기 전에 그 덕분에 살쪘어 이거 어쩔 거야? 게다가 오늘 이렇게 맛있는 것도 먹이고…” 

신도림은 한숨을 쉬며, 남구로를 탓하지만, 표정은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신도림은 남구로에게 물었다. “근데, 갑자기 옛날 얘기는 왜?” 남구로는 신도림의 물음에 웃으면서 “그냥. 어렸을 때 보육원에서 자주 먹던 거 기억나서. 물어봤어 너랑 요새 학생회 일 때문에 바빠서 이런 거 얘기 할 틈도 없었잖아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이제 된 것 같은데 먹자.” 

남구로는 신도림의 앞에 있는 앞 접시를 집으며, 떡볶이를 덜고, 그녀에게 건네었다. 그들이 식사를 다 하고 가게를 나왔을 때는 이미 해가 없어진 한참 뒤였다. 

“아 배부르다. 잘 먹었어. 다음에는 내가 쏠테니까 그때는 싼 거 먹어라?” 하며, 장난을 치는 신도림의 이마를 손으로 가볍게 튕기며, 남구로는 피식 웃으며, 말한다. “어휴… 양심도 떡볶이 집에다 놔두고 왔지? 집까지 데려다 줄게 그리고 우리 엄마가 도림이 너 보고 싶다고 한번 데리고 오라고 하시더라. 요즘은 왜 이렇게 우리 집 안 오냐고 하시더라.”

그 말에 신도림은 “어렸을 때야 몰랐으니까 그렇지 지금은 영이 오빠도 불편해할 것 같아서. 내가 남자면 몰라도 여자잖아” 집에서 영이 오빠도 쉬고 싶고 편하게 있고 싶은데 이성인 내가 있으면, 불편해 하실 것 같아서 그래. 네가 외동이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남구로는 신도림의 말을 가만히 듣더니, 그녀의 등을 툭 치며 “넌 나보다 우리 형을 걱정 하냐? 게다가 우리 엄마 성격 아시잖아? 엄청 너 오는 거 기대하고 계셔 아들이 두 명이다 보니 딸한테 입힐 치마를 고르고 싶다느니 딸이랑 쇼핑이라도 같이 하고 싶다느니 그런 말 많이 하신다고 귀찮아.” 

신도림은 남구로의 말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아니 네가 얼마나 어머니 쇼핑 하시는데 안 따라가면 그러시겠니? 가서 짐 좀 들어드리고 그래라 좀 차를 끌고 가셔도 힘드실 것 같은데.” 

남구로는 “야. 누가 들으면 내가 불효자식에다가 나쁜 놈인 줄 알겠다. 나도 따라갈 수 있는 시간에는 따라간다고. 못 따라가는 시간이 있다면, 나 학교에서 수업 듣고 있는 시간에 가시거든? 내가 수업도 땡땡이 치고 엄마랑 마트를 가야겠냐?”

신도림은 웃으며, “아 그런 거였니? 그런 거면 말을 하지 그랬어~ 그리고 내가 너랑 몇 년을 알고 지냈는데 너까지 의식을 해야겠니? 당연히 너희 형을 신경써드려야지 그리고 너는 만날 같이 있는데 뭐. 친구잖아? 그보다 저번에 영이 오빠 만났는데 여전히 잘생기셨더라? 반할 뻔.”

신도림의 ‘잘생겼다’는 말에 남구로는 신도림을 노려보며, “야. 뭐라고 했냐?” 

신도림은 남구로를 놀리며 “잘생겼다고~” 라고 하며, 그녀의 집까지 잠깐의 레이스를 펼쳤다. 

신도림의 집 앞에 다 왔을 때 신도림은 헉헉 거리며, 그에게 잘 들어가라고 인사를 하고는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남구로는 그녀를 두 어깨를 잡으며, “…진짜 나보다 네가 보기에는 형이 더 잘생겼냐?” 라고 한다. 

신도림이 입을 열기 전에 남구로는 다시금 그녀에게 말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네가 내 눈에 제일 예쁘던데.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들어가라.” 라고 말하고 그녀의 어깨를 잡았던 손을 놓고 웃으면서 그녀에게 “간다.” 라고 말한다. 그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신도림은 멍하니 집 앞에 서 있다가 한참이나 뒤에 들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