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artment of Web Culture & Arts

웹문예학과

창작 공간

소설

김이솔, 「안녕과 안녕으로」(2020-1학기 <웹소설창작과비평>)
등록일
2020-07-10
작성자
국어국문학과
조회수
374


1

 

 

,

 

그들이 부르는 내 이름은 한이현이 아닌, ‘, 어이, 거기였다. 그들은 내 머리를 툭툭 치며 내 이름을 불렀다.

 

, 대답 안 해? 니 백마 탄 공주님 없어서 말 못하나? ”

 

ㅋㅋㅋㅋㅋㅋㅋㅋ맞네. 니 공주님 어딨냐? 또 꼰대들 사이에 껴서 야부리 털고 있냐? ”

 

“ .......하지마.... ”

 

? ”

 

“ .....하지..말라고. ”

 

얘 뭐라냐? 뒤질래? ”

 

연수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

 

“ ........... ”

 

순간의 정적이 흐르고, 나는 내가 지른 소리에 놀라 입술을 꽉 다물었다. 이 아이들 앞에서 이렇게 크게 소리친 적은 처음이었다.

 

“ .....너 진짜 뒤지고 싶구나? ”

 

라고 하며 그들 중 한명이 내 옷깃을 잡았다.

 

안되겠다. , 밖으로 나와. ”

 

그는 내 옷깃을 잡아 끌고 교실 문 밖으로 나갔고, 나는 아무런 저항 없이 끌려갔다.

 

!!!!!! 너네 뭐해!!!! ”

 

그 순간, 복도 끝에서 연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옷깃을 잡고 있는 아이와 나머지 애들은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았고, 연수는 그 아이들과 내가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 니 친구 왔다ㅋㅋㅋㅋㅋ. 진짜 백마 탄 공주님이네. ”

 

, 니네 당장 안 놔? 담임한테 다 말해줘? ”

 

, 진짜 꼰대가 따로 없네. 고추 달린 새끼가 왜 이렇게 기집애 같이 구냐? ”

 

당장 이현이 놔. ”

 

에이 씨발. 더러워서. , 가자. ”

 

그들은 연수 앞에 침을 찍찍 뱉어대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한이현, 괜찮아? ”

 

.. ”

 

왜 이렇게 병신같이 있냐. 말 못하면 나처럼 해. 그럼 간다니까? ”

 

“ .......... ”

 

눈썹을 약간 찌푸리며 타이르는 듯 한 말투로 나에게 말하는 연수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 뭘 또 그렇게 상심해. 가자, 매점. 당 떨어져서 당 채워야겠다. ”

 

연수는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것이 내가 알던 연수의 모습이다.

 

----------------------------------------------------------------------

 

끼익-. !!! ”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던 차가 멈췄다. 차는 도로 옆 가로등에 연기를 내 뿜으며 박혀있었고, 가로등 옆에는 연수가 누워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양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커피 두 잔에 맺힌 물방울이 얼어 내 손을 그대로 얼려버렸고, 내 피부가 아닌 것처럼 얼굴은 경직되어 왔다. 무슨 소리라도 내어 달려가 연수를 안아야겠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덮었다. 하지만 입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멍청하게 더듬거리며 들리지도 않을 신음소리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내 수많은 사람들이 연수의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하였다. 나는 연수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담기 위해 몇 번이나 눈을 부릅뜨기를 반복했지만, 컵 안에 물을 채우듯 눈물이 눈 밑부터 빠르게 차올라 동공을 흐렸다. 정신이 흐려질 때 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도로를 달리던 차들의 클랙션 소리 덕분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 ”

 

그제서야 얼어붙어 내 손을 잡고 있던 커피 두 잔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나는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 연수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을 하나씩 밀어내어 연수를 마주했다. 나는 연수의 얼굴을 보기 위해 시야를 가로막고 있는 눈물을 계속해서 치워내며 바닥에 무릎을 박은 채 울부짖었다.

 

으아아아아아악-!!!!!!!!!!!! ”

 

아직 겨울이어서 그런지 차가워진 연수를 안은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내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워져 버렸다는 것을.

 

비켜주세요 !!! ”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구급대원들은 다급하게 연수를 구급차에 실었다.

 

여기 보호자나 동반자 없으세요 ? ”

 

나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떨리는 손으로 겨우 그 사람의 팔을 잡았다.

 

“ ..........탑승하실게요. ”

 

구급차에 올라 꿈이기를 간절히 바라던 내가 무색해질 만큼 온 몸이 피로 뒤 덮인 채 산소호흡기를 끼고 누워있는 연수를 보고 현실임을 알 수 있었다.

 

흐윽.. 눈 떠.. 연수아!!! 눈 떠!!!!! 제발.. ”

 

----------------------------------------------------------------------

 

연수와 내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연서의 부모님과 마주할 수 있었다. 나는 숨통을 조이는 듯 한 답답함에 응급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밖에서 숨을 가다듬고 떨리는 손으로 다시 문을 열었을 때, 연수의 부모님은 연수의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묻고 있었다. 그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겨 연수의 핏기 없는 얼굴을 본 순간 심장이 무거워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멈췄다.

 

00 장례식.

 

연수의 죽음을 바로 앞에서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나는 건물 앞에서 내 발끝만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현이 왔니...?”

 

건물 안으로 들어가 박연수가 적힌 곳을 따라 들어갔다. 아무 표정 없이 멍하니 서있는 나를 어머니가 목이 쉰 목소리로 내 이름을 힘겹게 불렀다. 연수 어머니의 얼굴은 붉다 못해 푸른빛을 띄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릴 수 밖에 없었다.

 

.. 어머니. ”

 

장례식장 안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가족들의 조용하게 흐느끼는 소리와 저승사자 마냥 온통 검은 옷의 사람들이 연수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 들릴 뿐이었다. 나는 쭈뼛하게 걸어가 환하게 웃고 있는 연수의 사진으로 연수를 마주했다. 사진 속 연수의 미소를 보며 연수와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내가 찍어준 그 아이의 아름다움을 이제 사진 속에서 밖에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 한쪽이 저리었다.

 

----------------------------------------------------------------------

 

, 퍼억, 퍽 퍽. ’

 

연수가 죽은 지 5일 째. 내 기분을 비웃기라도 하듯 햇볕이 좋은 맑은 날씨였다. 입 안으로 맑은 피 맛이 미세하게 느껴지고 제대로 떠지지 않을 만큼 부어버린 눈을 힘겹게 떠 하늘을 쳐다봤다. 날씨 진짜 제대로네. 이정도 날씨면 얼굴에 개기름 하나 없이 죽을 수 있겠다.

 

, 퍼억, . ’

 

내 온 몸을 발로 밟아대는 둔탁한 소리들이 끝나지 않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메꿨고, 그대로 난 정신이 조금씩 희미해져갔다. 희미해지는 시야와 함께 나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

 

, 이제 니 공주님 없으니까 아무 것도 못하지? ”

 

ㅋㅋㅋ병신, 꼴 좋다. ”

 

나는 그들의 더러운 입에서 공주님이라는 단어가 내 희미해져가는 정신을 붙잡았다.

 

.... 닥쳐. ”

 

나는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말을 하며 주먹을 쥐고 일어서려 노력했다.

 

? ㅋㅋㅋㅋ씨발. 이 새끼 지 친구 죽었다고 제대로 돌았네. ”

 

씨발, 닥치라고!!!!!!!!!!!! ”

 

나는 일어나 그들에게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지만, 주먹은 그저 바람을 가를 뿐이었다. 나는 그대로 넘어졌다.

 

ㅋㅋㅋㅋㅋㅋㅋ진짜 병신이네?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낄낄대며 나를 발로 계속해서 걷어찼고, 그 것은 피투성이 인 채 누워있는 나에게 돌아가며 침을 뱉어댄 후에야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져갔을 때, 나는 구겨져 있던 몸을 겨우겨우 대자로 펴 누웠다.

 

으아아아아아아악-! ”

 

눈물이 났다. 아파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아무런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무표정인 내 얼굴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시큰거리는 두 뺨 위에 눈물은 차가운 겨울 바람으로 인해 딱딱하게 굳어 갔다.

 

*

집에 돌아 온 나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한 참을 배경화면 연수의 파일에 있는 사진들을 보고 있다가 인터넷에 접속하였다.

 

220일 구월동 사거리에서 교통사고……….

 

나는 이 것을 보고 심장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으며 홀린 듯이 그 것을 클릭하였다. 그 기사는 연수의 사고에 대한 내용이었고, 하나의 동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나는 그것의 재생버튼을 떨리는 손으로 눌렀다. 동영상에는 한 남자가 나왔다.

 

..? 이 사람........? ”

 

큰 일을 앞두고 있는 와 중에 이번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 . 정말 이런 일이 발생하고,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운전기사에 운전 실수로 인 해 학생의 죽음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

 

운전 기사.......? ”

 

나는 그의 얼굴을 보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 때의 사건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 ’

 

아니었다. 운전 기사가. 동영상에 나 온 이 사람이었다. 누군가가 내 온 몸 구석구석을 간질이는 듯 한 느낌이었다. 나는 살을 도려내고 싶은 충동이 생길 만큼 가슴이 답답해져 급하게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갔다.

 

이현아, 너 어디!!!!………. ”

 

!!! 띠링. ”

 

나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나는 무작정 집 밖을 나섰다. 눈이 시렵지도, 코 끝이 찡한 느낌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두 뺨은 벌써 뜨거워지고 있었다.

 

“ .....친 새끼..... ”

 

내 머릿속은 온통 아까 그 동영상에 그 새끼로 가득 찼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 계속해서 달렸다.

 

미친 새끼!!!!!!!!!!!!!!!! ”

 

나는 이렇게 뛰다가 심장이 빨리 뛰어 숨이 끊기길 바랬지만, 숨이 턱 밑까지 차오름을 느낌과 동시에 나는 나를 넘어뜨릴 수 밖에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

 

그 날 내가 커피를 사러가지 않았더라면, 그 날 내가 그 길에서 만나기로 하지 않았더라면, 그 날 내가 연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다 내 탓이 아닐까.

 

하아... ... ”

 

넘어진 나는 일어날 생각 없이 그 자리에 한참을 누워있었다.

 

 

 

 

 

 

 

 

 

 

 

2

그 날 내가 커피를 사러가지 않았더라면, 그 날 내가 그 길에서 만나기로 하지 않았더라면, 그 날 내가 연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다 내 탓이 아닐까.

 

하아... ... ”

 

넘어진 나는 일어날 생각 없이 그 자리에 한참을 누워있었다.

 

 

----------------------------------------------------------------------

 

나는 학교 옥상 난간에 두 다리를 올려 발을 딛었다. 난간 위에서 나는 차가운 바람만이 가득한 옥상 아래로 시선을 두었다. 그러곤 두 눈을 감았다.

 

. ”

 

!! ”

 

, 이 뭣 같은 곳은 가만히 내버려 두는 시간이 없네. 나는 나를 부르는 것 같은 앙칼진 목소리를 애써 무시했다.

 

으아아아아악-!!! ”

 

그 목소리는 나의 쪽으로 다가와 나를 난간 밖으로 살짝 밀었다가 자기 쪽으로 세게 잡아끌었다.

 

-. ’

 

나는 그대로 난간 위에서 그 아이의 손에 붙들려 떨어졌다.

 

, 너 뭐야. ”

 

너도 니 친구따라 죽으려고 했던 거 아니였냐? ”

 

너 뭐냐고!!! ”

 

근데 왜 이렇게 놀란대? ”

 

그 아이는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 다는 듯이 가볍게 무시하며 말했다. 나는 그 아이의 행동을 보고 그 아이의 옆을 지나쳐 옥상 문으로 향하였다.

 

나 봤어. ”

 

“ ........? ”

 

그 아이의 한마디가 내 발길을 멈추게 하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몸을 틀어 그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도 거기 있었다고. ”

 

“ ..........알아 듣기 쉽게 말해. ”

 

너 친구 죽을 때, 그 바로 앞에 있었다고. ”

 

겨울이어서 인 지 모르게 온 몸이 차갑게 굳어갔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나는 정신을 다잡고 말했다.

 

그래서.....? ”

 

그 아이는 내 쪽으로 걸어와, 내 얼굴 앞에 자기 얼굴이 부딪히리 만큼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그 기사에 난 새끼. 운전기사가 아니라 그 새끼가 죽인 거 안다고. ”

 

나는 본능적으로 그 아이의 팔목을 잡았다.

 

... 뭐야....?!!!!! ”

 

그 아이는 내 손목을 뿌리치려 하며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 아이의 팔목을 더욱 세게 쥐었다.

 

가자. ”

 

........ 어딜? ”

 

경찰서. ”

 

??????? 설마 신고하자고? ”

 

. 증인이 나 말고 더 있잖아. 너랑 나랑 가서 말하면…………….”

 

너 지금 장난치냐? 우리 같은 애새끼들 말을 누가 믿어. 그 범인 새끼 국회위원이야. 정신차려. ”

 

“ .....그래도....... ”

 

너 돈 많냐? ”

 

“ ....? ”

 

넌 티비도 안 봤냐. 걔네들 돈 주고 경찰 산다고. 너 바보냐? ”

 

설마... 사람이 죽었는데. ”

 

~~~. ”

 

그럼 너 나 찾아 와서 이 얘기 한 이유가 뭔데. ”

 

다른 방법 찾자고. 친하진 않았지만 나도 박연수한테 빚진 거 있기도 하고. ”

 

일단 나 간다. 4교시 끝나고 옥상에서 모이는 걸로 해. ”

 

그 아이는 대충 나에게 손을 흔든 뒤 옥상문 손잡이를 잡았다.

 

, 내 이름 이수아. 너 이름 한이현 인 거 전교생이 다 알고. ”

 

그 아이는 그 말을 뒤로 옥상문을 열고 나갔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저 아이가 한 말이 진짜일까? 그래도, 내 친구가 죽었는데. 아니, 사람이 죽었는데. 나는 그 날 5교시 수업을 들어가지 않고 학교가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 끊임없이 생각을 되뇌었다.

 

#

학교의 마지막 종이 치는 것을 듣고 내 엉덩이가 얼어 깨질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 일어서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옥상 계단을 내려갔다. 차가워진 두 손을 주머니에 우겨 넣고 터벅터벅 학교 복도를 걸어 교실 문 앞에 섰다.

 

달칵. 끼익-. ’

 

교실 문을 열자, 반 안에 모든 아이들이 일제히 새빨개진 내 얼굴을 쳐다봤다. 나는 무시하고 내 자리를 향해 걸었다.

 

한이현. ”

 

그 때, 소금쟁이가 나지막히 내 이름을 불렀다. 소금쟁이.........

 

----------------------------------------------------------------------

 

, 이현아. 저 쌤 그거 닮지 않았냐? ”

 

? ”

 

ㅋㅋㅋㅋㅋㅋㅋㅋ소금쟁이. ”

 

나는 연수의 말을 듣고 풉 하고 웃었다.

 

ㅋㅋㅋㅋㅋㅋ진짜지? 키 겁나 큰데 팔다리 저렇게 얇은 사람 처음 봐. 그리고 저 동그란 뿔테안경까지. 완전 소금쟁이 아니냐? 진짜 개 웃기다ㅋㅋㅋㅋㅋㅋ. ”

 

나 진지하게 키 큰데 저렇게 안 멋있는 사람 처음 봐. ”

 

ㅋㅋㅋㅋㅋ아, 뭐야 한이현. 겁나 웃기네 진짜. ”

 

연수는 내 진지한 얼굴과 말투에 내 어깨를 연신 치며 웃어댔다.

----------------------------------------------------------------------

 

, 이딴거에도 박연수 생각이냐, 한이현.

 

한이현!!!!! ”

 

나는 내 이름을 굵은 목소리로 소리치며 부르는 쪽을 놀란 표정으로 쳐다봤다.

 

, 이 자식, 정신 안 차릴래?!! 선생님들한테 들었다. 5교시부터 아무 수업도 안 들어왔다며? 어디 있었어!! ”

 

,, .. 그게.... ”

 

됐고, 종례 끝나고 내 자리로 와!! ”

 

거지 같은 학교 선생들은 물어봐놓고 끝까지 듣는 법이 없다. 나는 소금쟁이의 말이 끝나고 내 자리로 가 조용히 의자를 끌어 앉았다.

 

종례가 끝나고 나는 조심히 가방을 들고 소금쟁이의 눈치를 살피며 교실 뒷 문으로 향했다. 뒷 문에 거의 다다렀을 때 쯤,

 

한이현. 어디 가. 따라 와. ”

 

, 박연수가 있었으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구해 줬을 텐데. 나는 터벅터벅 소금쟁이의 발걸음에 맞춰 그에 뒤를 따라갔다.

 

딸깍. 딸깍. ’

 

나는 시선을 책상에 두고 정신 사납게 펜뚜껑을 뺐다 꼈다를 반복하고 있는 소금쟁이 앞에 가방을 한 손에 들고 서 있었다. 소금쟁이는 콧바람과 작은 한숨을 동반하다가 작고 동그란 뿔테 안경을 고쳐 쓰고 나에게 앉으라는 듯 턱을 까딱였다. 나는 그의 앞에 있는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았다.

 

.. 이현아. 연수가 그렇게 된 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는데, 너까지 이러면 어떡하니. ”

 

“ ........... ”

연수는 연수고. 선생님들이 너 수업태도 안 좋다는 거 듣고 아무 말도 안했는데, 수업까지 빠지면 어떡하니. ”

 

나는 소금쟁이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됐다, 너 마음 안 좋은 거 다 아는데 다음부터 그러면 샘도 정말 어쩔 수가 없어. 이번일은 너 걱정되서 부모님한테는 얘기할거고, 다음부터는 벌점줄 수 밖에 없어. 알겠어? ”

 

“ .......... ”

 

“ .....가 봐라, ”

 

. ”

 

나는 드디어 고개를 들어 소금쟁이에 눈에 나의 시선을 맞췄고, 소금쟁이는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 연수 사고나는데 있었던 거 알죠. ”

 

“ ...........그래, 들었다. 그래서 샘이 더 이해해주려고 하는 거야. ”

 

, 봤어요. 연수 죽인 사람. ”

 

“ ............? ”

 

연수 죽인 사람, 기사에 나온 그 남자에요. 운전기사가 아니고요. ”

 

소금쟁이는 내 말을 듣고 큼, 큼 하며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내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 쌤은 어른이니까. 저처럼 어린애가 아니니까. 경찰에 말하면 그 새끼.. 아니 그 사람이라고 밝힐 수 있죠. ”

 

한이현. ”

 

소금쟁이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내 이름을 살짝 더듬으며 말했다.

가 봐. ”

 

“ ...? . ”

 

얼른. 너 많이 피곤한 거 같다. 얼른 가 봐. ”

 

소금쟁이는 이 말을 하며 괜히 책을 들어 책상을 탁탁쳤다. 나는 당황하여 벙쪄 그를 쳐다봤다. 내 쪽을 일부러 바라보지 않는 그를 보고 바닥에 놓인 가방을 들고 교무실 밖으로 나왔다. 복도를 멍한 표정으로 걸어나와 학교 밖으로 나왔다.

 

!!! ”

 

나는 가슴이 답답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어떻게.. 어떻게....

 

, 한이현!! ”

 

나를 부르는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내 어깨를 팍 쳤다. 나는 찡그리며 뒤를 돌아봤다.

 

얘는 몇 번을 불러야 아는 척 해주는 거야. ”

 

이수아였다. 무슨 여자애가 이렇게 힘이 세냐. 그녀가 친 어깨가 살짝 얼얼했다.

 

... 가라. 나 기분 뭣 같으니까. ”

 

, 맨날 옥상에서 쳐 맞기만 하는 놈이 그런 말도 쓸 줄 아냐? , 무섭다, 무서워. ”

 

그녀는 놀리는 듯이 말했다.

 

“ ....그 쳐 맞는 놈을 쳐 때리는 새끼가 니 친구들이야. 이 양아치년아. ”

 

순간 화가 나서 뱉은 말에 내가 더 놀랐다. 그 아이도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이 아이의 표정을 보고 손에 땀이 찼다. 나는 변명을 해야 했다.

 

“ ....아니 그게……. ”

 

, 내가 발랑까지긴 했지만 양아치는 아니야. 너 쳐 때리는 새끼들은 내 친구도 아니고. 나는 그런 지보다 약한 새끼들 때리고 다니는 좆밥을 친구로 둔 기억이 없거든, ”

 

그 아이는 조금 진지하게 말했다.

 

, ……. ”

 

사과 할 거면 됐어. ”

 

그냥 이 학교 모든 사람이 연수 빼고 사람 말을 끝까지 듣는 법이 없는 거 같다. 나는 계속 걸었고, 그 아이는 쉬지 않고 자기 얘기를 하며 나를 따라왔다.

 

. ”

 

나는 멈춰섰다.

 

왜 따라오는데. ”

 

, 맞다!!!! CCTV 확인 해 봤어? ”

 

“ ....? ”

 

거기 거리에 CCTV 있었잖아. 있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못 봤어도 그렇게 번화간데 CCTV 하나 없을까? ”

 

맞다, CCTV. 나는 진짜 병신인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나는 눈동자를 크게 하여 그 아이를 쳐다봤고, 우리는 누가 말할 것도 없이 연수가 났던 사고 장소로 향했다.

 

#

봐바. 저기 CCTV. 저거 확인하면 끝나는 거 아니야? ”

 

CCTV는 그 새끼의 차를 앞 뒤 옆으로 다 담을 수 있을 만큼 있었다.

 

근데 저걸 어떻게 확인해? ”

 

, 너 진짜 고등학생 맞냐? 이럴 때 경찰에 전화해서 확인하면 되는 거 아니야? ”

 

3

봐바. 저기 CCTV. 저거 확인하면 끝나는 거 아니야? ”

 

CCTV는 그 새끼의 차를 앞 뒤 옆으로 다 담을 수 있을 만큼 있었다.

 

근데 저걸 어떻게 확인해? ”

 

, 너 진짜 고등학생 맞냐? 이럴 때 경찰에 전화해서 확인하면 되는 거 아니야? ”

 

우리 같은 학생들 말은 안 듣는다며. ”

 

, 병신. 증거가 있잖냐. 증거가. ”

 

띡 띡 띡

 

그 아이는 곧장 휴대폰을 들어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스피커 버튼을 누르며 나에게 건넸다. 나는 당황하며 어떨결에 휴대전화를 받아 들었다.

 

P 00 경찰서입니다.

 

“ ..........,”

 

그 아이는 벙쪄 있는 날 보고 빨리 말하라는 듯이 온 몸으로 시늉을 했다.

 

P 여보세요??

 

“ ..., .. . 620일에 구월동 사거리에 났던 교통사고 건으로 전화했는데요. ”

 

전화기 너머에선 아무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저 여기 사거리에 있는 CCTV 좀 확인하고 싶어서요. ”

 

P 피해자와 관계가 어떻게 되시죠?

 

“ ......친구에요. ”

 

P 그 사건은 이미 처리 되어 확인 불가합니다. 죄송합니다.

 

-. ’

 

그대로 전화가 끊겼다.

 

, 뭐야??? 뭐 이런게 다 있어?

 

그 아이는 씩씩대며 계속해서 욕을 내뱉었고, 나는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지 못하고 서 있었다. 그리고 눈가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 ......, 너 우냐? ”

 

그 말에 나는 코를 훌쩍이며 황급히 눈물을 훔쳤다.

 

“ .., 너 할 일 없지. ”

 

나는 계속해서 눈물을 훔쳐내며 그 아이를 힐끗 쳐다봤고, 그 아이는 눈물을 닦고 있는 내 소매를 확 붙잡은 뒤 나를 끌고 갔다. 나는 그 아이의 손목을 뿌리칠 생각도 없이 머릿속엔 온통 연수의 생각으로 가득했다.

 

다왔다. 여기야. ”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아이가 멈춰선 곳은 삼층 정도 높이에 초록색 지붕이 눈에 띄는 건물 앞이었다.

 

내가 찾아 낸 끝내주는 명소야. 존나 멋지지 않냐? ”

 

발로 차면 부서질 것 같이 생긴 낡은 건물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그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선 그 아이는 성큼성큼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멍하니 그 앞에 서 있었다.

 

헤이, 들어와. ”

 

나는 쭈뼛쭈뼛 그 아이를 향해 걸어갔고,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 하늘은 어둑해지고 있었다.

 

콜록, 콜록

 

나는 깜깜한 건물 내부를 가득 채운 먼지가 목 안으로 들어와 계속해서 마른기침을 내뱉었다.

-. ”

 

건물 내부는 순식간에 밝아졌고, 밝아진 내부 안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가득했다.

 

여기 진짜 아무도 안 와. 술 마셔도 몰라. 술 마실래? ”

 

양아치 맞네. ”

 

아니라니까!! ”

 

발광하는 그 아이를 뒤로 하고 천천히 건물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한이현, 여기서 내가 너한테 처음 보여주는 개 쩌는 곳이 있어. 니 아까 질질 짜서 누나가 지대로 기분 전환 하게 해줄게. ”

 

내 얼굴을 벌겋게 달아올랐고, 그 아이는 건물 내부에 또 다른 문 앞으로 가 녹이슨 손잡이를 열고, 나한테 오라는 손 짓을 하였다. 천천히 걸어가 그 문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그 안에는 위로 계단이 쭉 이어져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갔다. 어두워서 손으로 벽을 짚으며 그 아이를 따라 올라갔다.

 

. ”

 

, 뭐야! "

 

갑자기 멈춰 선 그 아이의 엉덩이에 내 얼굴이 닿았다.

 

, 변태새끼~~~. ”

 

..뭐야..!! ”

 

그 아이는 계속 웃어만 댔다.

 

, 어쩌라고. 내려가? , 뭐하자는 건데!! ”

 

, 기다려봐. 사내새끼가 참을성이 없네. , 찾았다!! ”

 

, . !! ’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아이가 자기 정수리 위 작은 구멍을 열었고, 그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러곤 두 팔을 그 위로 뻗어 손을 짚어 몸을 들어올렸다.

 

읏차! ”

 

, 올라와!! ”

 

나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두 팔을 구멍 위로 올렸고, 그 아이는 내 손을 잡고 당겼다.

 

, 야 됐어!! 내가 올라갈게. ”

 

내 말과 함께 그 아이는 손을 놓았다.

 

, 그니까 빨리 올라 오라고!!

나는 있는 힘껏 팔에 힘을 주어 엉덩이를 녹색 지붕 위로 올리는 데 성공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

 

그녀는 내가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기지개를 펴며 초록색 지붕 위에 천천히 두 발을 내딛었다. 그녀는 지붕이 마당이라도 된 듯 성큼성큼 걸어가 지붕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아까와 같이 나에게 오라는 손짓을 하였다. 차가운 바람이 내 머리칼 사이로 지나가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다리를 덜덜 떨며 겨우 그녀의 옆에 다다렀을 때, 그녀는 내 손을 확 잡아당겼다.

 

개 쩔지. ”

 

그녀는 다리를 지붕 밖으로 꺼내 번갈아가며 흔들어대며 말했고, 내 발밑에는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날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지붕 위에서 본 세상의 풍경은 그저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과 불빛들, 시끄러운 음악소리 뿐이었다.

 

저기 봐. 달도 겁나 커. ”

 

나는 그녀가 가리키는 달을 한 번 쳐다봤다.

 

, 좋다!! ”

그녀는 그대로 자리에 누워 양손을 머리 뒤에 포갠 채로 눈을 감았다. 나는 가만히 발 밑에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달을 응시했다.

 

----------------------------------------------------------------------

 

,, 이거 진짜 아니야. 나 안 해. 아니 못 해. ”

 

학교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있는 연수를 보고 나는 손을 내저으며 돌아섰다.

 

아 진짜!! 최고라니까? 오늘 슈퍼문 보라 했다고! ”

 

어떤 새끼가. , 그 새끼랑 보라고!!! ”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 있는 나를 보다 연수는 불어오는 바람에 교복 치마 끝을 살랑이며 다가와 내 후드티 소매를 잡아끌었다. 아직 자유로운 반대쪽 팔로 머리를 후려칠까를 수 없이 되뇌며 마지못해 난간에 조심스럽게 걸터앉았다.

 

연수아, 진지하게 나 고소공포증 있어. ”

 

알아.”

 

그럼 내가 여기 일초라도 더 있으면 뒤질 거 같은 것도 알겠네? ‘

 

그럼. ”

 

미친새끼. 나는 연신 웃어대며 대답하는 연수의 얼굴을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근데 이거 최고야. 달이 내 눈 앞에 있어. 토끼보단 가까이서 보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간접 체험은 해 봐야 될 거 아니야 미리. ”

 

무슨 소리야. 간접 체험이고 뭐고. 투덜거리며 눈을 흘겨 연수를 슬쩍 봤다. 환하게 웃는 연수의 미소는 우리가 앉아 있는 곳이 떨어지면 죽을 만큼 높은 곳이라는 것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달빛에 비친 연수의 모습은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얼굴에 닿는 찬바람도 느끼지 못하고 연수의 얼굴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현아, 저거 봐!!! ”

 

으악!!!!!! 뭐야!!!!!! ”

 

순간 떨어질 뻔 했다. 갑작스런 연수의 소리와 함께 펼쳐진 풍경은 순식간에 나를 현실 속 옥상으로 끌어왔다. 거대한 달이 바로 내 눈앞에 있는 것만 같았다. 거대한 달의 모습에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높은 곳에 있어 겁이 나는 것이 아닌 달 공포증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연수의 팔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우리 엄마가 그랬어. 사람은 죽으면 하늘에서 달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대. 멋있지 않냐?! ”

 

이게 멋있다고? 달 표면의 크레이터까지 보였다면 나는 분명 이 높은 곳에서 떨어져 숨이 멎었을 것이다.

 

이제 가자! 이런 건 당과 함께 봐줘야 된다고 들었어. 배운 사람은. 아 맞다 이현아, 있잖아……….”

 

띵 띠리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링-. ”

 

이수아 휴대폰 소리 덕분에 나는 또 환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 이수아. 일어나봐. ”

 

띵 띠리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링-. ”

 

, 이수아. 너 전화온다고!! ”

 

“ ..... 뭐야, 누군데. 너가 받아. ”

 

그녀는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는 번호야. 번호 저장 안돼있어. ”

 

, 몰라. 니가 받아. ”

 

라고 하며 그녀는 몸을 홱 돌렸다. , 진짜 휴대폰 던져 버리면 일어날까.

 

띵 띠리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링-. ”

 

나는 계속 울려대는 휴대폰 소리에 어떨결에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P , . 저 김준성 국회위원님 비서 한주혁이라고 합니다.

 

,,? 김준성이면...... 그 동영상,,,,,,,

 

P 아까 오후 6시 쯤에 경찰서에 전화하신 분 맞나요?

 

 

 

4

 

 

띵 띠리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링-. ”

 

나는 계속 울려대는 휴대폰 소리에 어떨결에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P , . 저 김준성 국회위원님 비서 한주혁이라고 합니다.

 

,,? 김준성이면...... 그 동영상,,,,,,,

 

P 아까 오후 6시 쯤에 경찰서에 전화하신 분 맞나요?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P 저기요, 여보세요?

 

“ ....... ”

 

나는 말라가는 입안에 억지로 침을 만들어내어 겨우 대답하였다.

 

P 교통사고 사건과 관련해서 전화했습니다. 통화 괜찮으신가요?

 

“ ....말씀하세요. ”

 

P 중요한 말이어서 이렇게 전화로 말씀드리긴 그렇고, 만나서 이야기 했으면 싶은데.... 혹시 가능하신가요?

 

“ .......... ”

 

무서웠다. 선생님도 경찰도 이 사람이 가해자인 것을 부정하고 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닌 내가 이런 사람을 만났다간 어떻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 저기요?

 

그 때, 수아가 일어나 나를 툭툭 치고 입모양으로 누구?’ 라고 말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 가능해요. ”

 

P 그럼 내일 시간 괜찮으세요? 제가 그 쪽 있는 곳으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문자로 편하신 장소랑 시간 알려주세요.

 

. 알겠습니다. ”

 

-. ’

 

, 뭐야 누군데? "

 

“ ...........그 새끼.... ”

 

그 새끼 누구? ”

 

김준성 시발새끼. ”

 

수아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떨리는 두 손을 주먹을 꽉 쥐었다.

 

“ ...........뭐라는데.....? ”

 

만나기로 했어. ”

 

?!!!! 그 새끼가 뭘 할지 알고!! ”

 

너 폰으로 방금 그 전화번호에 내일 2시에 사거리 ABC마트 앞에서 보자고 좀 보내줘. ”

 

오후 두 시? 그럼 너 학교는? ”

 

지금 학교가 문제야. ”

 

, 한이현. 그런 자세 아주 좋아. 오늘 술 고? ”

“ ....술은 됐고, 나 여기서 좀 자면 안되냐. 오늘 집 들어가면 엄마한테 잡혀서 내일 학교도 못 갈 거 같은데. ”

 

수아는 주변을 잠시 두리번거리다, 손가락으로 한 쪽 벽을 가리키며,

 

너 쥐 좋아해??? ”

 

으아아아악-!!!

 

나는 온 몸에 닭살이 돋았고, 그 자리에서 미꾸라지 마냥 튀어 올라 의자위에 올라갔다.

 

쥐 좋아하면 여기서 자던가. ”

 

“ ...........그냥 집갈래. ”

 

.. 아니면 우리 집 갈래? ”

 

나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떠 수아를 쳐다봤다.

 

이상한 생각하지마라. 우리 집에 아무도 없어. 물론 방은 하나가 아니고. 엄마는 남자친구 집에서 살고, 오빠는 나보다 더 미친새끼라 한 달 째 집에 발을 안 들여. ”

 

아빠는? ”

 

아빠? 없어. ”

 

수아는 이 말과 함께 검지 손가락을 하늘로 향해 올려 가리켰다.

 

............. 미안. ”

 

, 없는 말도 아닌데. 쩃든 갈 거냐? ”

 

너랑 따로 잘 수 있으면...? ”

 

, 이 씨 니도 내 스타일 아니거든? , 씨 어이없네. 너 이제 내가 만만하냐?!?! ”

나는 또 발광 대는 수아를 뒤로 한 채 먼저 건물 밖으로 나갔다.

 

#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다른 방에서 잤음에도 불구하고 수아의 코고는 소리 때문에 귀를 찢기는 줄 알았다. 나는 계속 손톱을 물어 뜯으며 몇 번이고 방 안 벽에 걸린 시계만 바라봤다. 오후 12시가 됐다.

 

-. ”

 

하암. 잘 잤냐? ”

 

헝클어진 머리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두꺼운 안경알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수아가 머리를 벅벅 긁어대며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잤겠냐. ”

 

그래 보이네. 어제 보다 얼굴이 뭣 같다, 이현아. ”

 

수아는 기지개를 펴며 방 밖으로 나갔고, 나는 그 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시계만 봤다.

 

띵 띠리리리리리리리 띠링

 

수아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고, 그에 따라 나는 어깨를 들썩였다.

 

, . ”

 

나는 수아의 목소리를 듣고 한숨을 쉬며 놀란 어깨를 다시 내렸다.

 

몰라, 아침부터 전화하지마. 짜증나니까. ”

 

, 한이현!!!!!! 밥 먹을거냐? 안 먹을거여도 나와서 나 먹는 거 구경해, ”

 

정말 쟤는 가지가지한다. 나는 그제서야 오므려 있던 다리를 펴고 일어서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탁 앞에 앉은 수아는 게걸스럽게 라면을 먹었다.

 

한 입만 하면 뒤진다. 진짜. ”

 

수아는 내 쪽을 보지도 않은 채 냄비에 얼굴을 파 묻고 우물대며 말했다.

 

줘도 안먹어. ”

 

움 그래 그래. ”

 

근데 한 입도 안 줄거면서 왜 앉아 있으라했냐. ”

 

나 혼자 밥 먹는 거 존나 싫어해. 근데 한 입만 달라는 건 죽여버리고 싶어. ”

 

쩝쩝대며 먹어대는 수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그 때,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수아의 휴대폰 배경화면에 010-6392-xxxx. 그 사람이었다. 나는 빠르게 수아의 휴대폰을 집어들어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P , . 다름이 아니라 2시에 급하게 가봐야 할 데가 있어서, 혹시 1시에 만날 수 있을까요?

 

. 괜찮아요. ”

 

P 그럼 한 시에 어제 말한 사거리 ABC마트 앞으로 가겠습니다. “

 

. ”

 

전화를 끊고,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사람이야? ”

 

. ”

 

뭐래? ”

 

나 갔다올게. ”

 

나는 수아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은 채 외투만 걸쳐 입고 밖으로 나왔다. 사거리 쪽으로 걸어가다보니 약속 장소랑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약속 장소 앞에는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은색 중형차가 있었고, 그것을 확인한 순간 내 심장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뛰었고, 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 차 앞에 다다렀을 때, 그는 조수석 창문을 내렸다.

 

, 전화하신 분 맞으신가요? ”

 

그는 검은 정장에 왁스를 떡칠한 이대팔 머리를 하고 있었다.

 

“ ........ ”

 

그는 차에서 내려 내 쪽으로 다가왔고,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

 

타세요. ”

 

그는 뒷자석 차 문을 열어주며 나에게 말했다.

 

, . ”

 

나는 겁이나 두 눈을 질끈 감을 것을 애써 아닌 척 하며 차에 올라탔다.

차 안은 무거운 정적으로 가득했다. 그 때 무거운 침묵을 깨고 그가 말했다.

 

혹시 실례지만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

 

“ ...? ”

 

어떤 사이세요? ”

 

무슨...... ”

 

대답하시기 그러시면 말 안하셔도 되요. ”

 

..... 저기 근데.... 저 혹시 중요한 말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

 

, 그건 도착하면 직접 말씀드릴 겁니다. ”

 

..? , 그럼 지금 어디로.... ”

 

국회위원님 본가로 가고 있습니다. ”

 

이 말을 듣자마자 기사의 동영상이 떠올랐고, 손이 떨릴 만큼 화도 났지만, 이마엔 땀방울이 맺혔다.

 

도착했습니다. ”

 

나는 차에서 내렸고, 도착한 곳은 어마어마하게 큰 주택 앞이었다.

 

딩동-. ’

 

한주혁입니다. ”

 

끼익-. ’

 

그의 목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렸다.

 

여기로 들어오시면 돼요. ”

 

나는 아주 작게 심호흡을 하고 주먹을 꽉 쥐고 그를 따라 들어갔다. 계속해서 가다가 그는 어느 한 문 앞에 서 똑똑하고 문을 두 번 두들기고 말했다.

 

여기로 들어가시면 돼요. ”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갔고, 어떤 한 남자가 자리에 앉아 나를 보고 웃었다.

 

이 쪽으로 앉으세요. ”

 

그는 계속해서 웃는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나는 머뭇거리다 그가 말한 자리에 앉았다.

 

경찰서에 전화하셨다 들었어요. ”

 

그는 식탁 위에 놓인 찻잔을 들며 말했다.

 

, 혹시 뭐 드실래요? ”

 

“ ...아 됐습니다. ”

 

생각 보다 더 어리네요. 내 아들이랑 비슷해보이네. 요즘 애들이 목소리가 성숙해서 그런가. ”

 

그는 찻잔에 담긴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혹시 무슨 사이에요? ”

 

나는 내리고 있던 시야를 올려 그를 쳐다봤다.

 

그 사건 아이와 무슨 사이세요? ”

 

“ .......... ”

 

“ ........뭐 이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혹시 제가 왜 불렀는지 생각해봤어요? ”

 

그는 대답을 하지 않는 나를 바라보다, 자켓 안 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탁자 위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어린 친구한테 돈 건네 보기는 처음인데, 그래도 요즘 드라마랑 영화 많이 보니까, 말 안 해도 알죠? ”

 

나는 뻔뻔하게 웃으며 말하는 그를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솔직히 그냥 무시했어도 됐어요. , 어린 애가 말해봤자지, 이미 사건도 다 무마됐고. 근데 그냥 찝찝해서. 무슨 말인지 알죠? ”

 

“ .............. ”

 

? ”

 

닥치라고 이 살인자 새끼야!!!!!! ”

5

 

 

“ .............. ”

 

? ”

 

닥치라고 이 살인자 새끼야!!!!!! ”

 

벌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악을 쓰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그는 괜찮다는 듯이 방문에 대고 손짓을 했다.

 

저기, 학생.. 진정하고 자리에 앉아봐요. ”

 

뭘 앉아. 니가 살인자인 거 세상에 모르면 살인자 아닌 거야? 내 친구가 죽었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죽었다고!!!!! 근데 니가.. ………. ”

 

나는 울먹이며 끝내 말을 잇지 못하였고, 그는 담배를 물며 문 쪽을 향해 손짓했다. 그 손짓과 함께 운전하던 그 남자가 내 쪽으로 걸어와 내 몸을 방문 쪽으로 끌었다.

 

어린 놈의 새끼가. 말 버릇이 저게 뭐야. ”

 

그는 담배를 물고 나를 위 아래로 흘겨 보며 말했고, 나는 주체 없이 흐르는 눈물 덕분에 흐릿해진 시야로 꺽꺽 대며 그를 쳐다봤다. 운전하던 그 남자는 나를 계속해서 끌어댔다.

 

놔요. 이 뭣 같은 곳 내가 내 발로 나가. ”

 

나는 나를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며 말했고, 왔던 길을 통해 다시 걸어 나갔다. 복도를 걸어가던 중, 내 또래로 보이는 교복을 입은 한 남자아이와 마주쳤다.

 

뭐야. ”

 

그 아이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있는 나를 벌레 보듯이 쳐다보며 말하며 스쳐 지나갔고, 나는 그 아이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겨우 밖으로 나와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다. 연수야 미안해. 어떻게라도 만나게 되면 시원하게 한 대 쳐 줄 생각이었는데, 알잖아, 나 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거.

 

#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

 

사거리 쪽으로 오는 길에 거지 같은 수아를 마주쳤다. 나는 애써 모른 척 하며 지나치려 했는데, 그걸 그냥 보낼 애는 아니었다.

 

, 말 안 할 거냐??? ”

 

만난 순간부터 계속해서 아까의 상황을 말해달라고 재촉하며 끊임없이 나를 흔들어댔다.

 

!!!!!!!! ”

 

..... 침 뱉었어. ”

 

?? 진짜?? 그 새끼한테???? ”

 

구라지. ”

 

, 이 씨댕!!!! 뭐야!!!!! ”

 

봉투 건네더라. ”

 

?????? 설마... ”

 

, . ”

 

얼마나??? ”

 

몰라, 안 받았어. ”

 

나의 말에 아쉽다는 듯 표정을 짓고, 잠시 아무 말도 안하다가 수아는 입을 열었다.

 

다른 거는? ”

“ .....? ”

 

다른 건 뭐 없었어? 단서 될 아무거라던지. ”

 

뭐가 있겠………. ”

 

그 때, 뭐야. ” 이 말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맞다. 교복 입은 새끼.

 

교복... ”

 

교복 뭐, 너 지금 교복 입고 있잖아. ”

 

그 새끼 아들이야. 분명히 봤어. ”

 

그래서? ”

 

걜 만나야 해. 걔가 증언하면………. ”

 

너 진짜 단순하다. 그 사람 아들이라며? 근데 자기 아빠를 팔아먹겠냐? ”

 

그치, 아무리 걔가 싸가지 없어 보이긴 했어도 자기 아빠를 팔아먹을리는 없다.

 

친구하면 되지. ”

 

살인자가 이미 너 알잖아. ”

 

나는 잠시 생각하다 수아를 바라봤다.

 

너가. ”

 

수아는 당황하며 검지손가락으로 자기자신을 가리켰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쳤냐???? 아 싫어!!!! ”

 

너도 빚진 거 있다며. 빚 갚아야 되는 거 아니야? ”

 

수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다리를 떨어댔다.

일단 카페가서 얘기해. 초코프라프치노 먹어야 돼. ”

 

? 갑자기? ”

 

, 머리 많이 쓰면 당 떨어진단 말이야!!!!!! ”

 

#

수아는 카페 안에서 다 마신 음료 빨대를 계속해서 씹어대며 다리를 떨었다.

 

그래서... 뭐 어떻게……. ”

 

-!!!! ”

 

수아가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일어났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 수아를 쳐다봤다.

 

할게. ”

 

진짜? ”

 

대신...... ”

 

대신? ”

 

그 돈 받아. ”

 

? ”

 

살인자가 주려고 했던 돈 받으라고. ”

 

, 그게 무슨 소리………. ”

 

그럼 나 안 해. ”

 

“ ............................... 알겠어. ”

 

수아는 비장한 표정으로 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마지못해 그 손을 잡았다.

 

#

 

그래서 나 이제 뭐 어떻게 해야 돼? ”

 

수아가 나에게 물었고, 나는 당황했다.

 

“ ........ ”

 

너 진짜 생각보다 많이 생각 없는 애구나? 그래 놓고 나한테 뭐 친구해라 어쩌고 한 거야? ”

 

“ ........ ”

 

아니, 걔 학교는 알아? 이름은? ”

 

“ ........ ”

 

.. 진짜 답이 없다 이현아. ”

 

옆에서 끊임없이 궁시렁대고 있는 수아를 뒤로 한 채 한참동안 나는 말없이 생각하다가, 교복. 맞다. 교복이 떠올랐다.

 

교복 알잖아. ”

 

그래서? ”

 

발로 뛰면 되지. ”

 

수아는 나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봤고, 내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너 배고프냐? ”

 

너가 아까 한 입도 안 줬잖아. ”

 

#

 

이 근처에 인문계랑 특목고 고등학교가 한신고, 계울고, 정림고, 하늘고, 부영고. 다섯 개 뿐이야

 

나는 종이에다가 하나하나 적어가며 말했다.

 

, 이 근처에 고등학교가 얼마나 된다고 그거 하나 모르냐 너는? ”

 

나 왕따잖아. 연수 없이는. ”

 

, 미안. 계속해 봐. ”

 

, 그래서 일단 내가 본 교복 고등학교 찾은 다음에 너가 꼬시는 거지. ”

 

? 아깐 친구라며?? ”

 

진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너 좀 이쁘게 생겼잖아. 갑자기 가서 친구하자고 하는 거 이상하고, 니 그래도 이 지역에서 흔히 말하는 인싸 아니야? ”

 

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럼. 내가 모르는 애가 없지, 여기선. 이쁜 것도 인정 곱하기 백 인정. 처음으로 맘에 든다 이현. ”

 

그러니까 너 남자애 같은 성격 숨기고 우연적 만남으로 가장해서 꼬시는 거지. 친구보단 여자친구가 더 가까우니까 집에도 쉽게 갈 수 있을 거 아냐. ”

 

...... 그래. 알겠다. 근데 너 학교 안가도 돼? 아까 너 가고 계속 너네 엄마한테 전화오던데. 폰 꺼져서 충전시켜 놨어. ”

 

.. 알겠어. ”

 

나는 수아의 방으로 들어가 휴대폰을 켰다. 부재중 전화 19, 문자 11

 

....... ”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P ............한이현. 너 어디야.

" 친구 집. “

 

P 무슨 친구.

 

있어, . ”

 

P ......뭐가 왜야. 너 진짜 왜 그래.

 

“ .....왜 그러긴 엄마가 제일 잘 알잖아. ”

 

P .............그래서 이렇게 다시 망가지면 안 될 거 아니야!!!!! 학교는 또 왜 안 갔어. 안 가고 어디서 뭐했어.

 

엄마. 연수 죽인 사람 운전기사 아니야. 그 뉴스 동영상에 나온 사람이야.

 

P .............

 

근데 아무도 안 들어줘. 학생이 죽었는데, 어른 들이 무시해. 어떻게 이래....? ”

 

흐느끼는 나의 신음소리만 들릴 뿐, 수화기 너머에는 정적이 흘렀다.

 

P 이현아.......

 

엄마, 나 연수 때문에 살고 있는 거야. 아니, 연수가 나 살린거야........ 엄마도, 아빠도 다 없었을 때........ 연수가 나 살려준 거야. 엄마.

 

정적이 흐르던 수화기 너머에서 엄마의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엄마, 조금만 참아 줘. 죽은 연수 안 억울하게 해주고 학교도 잘 가고, 공부도 열심히 할게. 미안해 엄마. ”

 

-. ’

 

나는 전화를 끊었고, 그 자리에 다리를 포개어 앉아 고개를 그 사이에 파묻었다.

 

그 날도 지금과 같이 추운 겨울이었다. 그 날은 내가 연수를 처음 만난 날이었다.

 

----------------------------------------------------------------------

 

나는 피투성이인 얼굴이 차가운 바람에 굳어지는 것을 느끼며 학교 옥상 난간위로 올라가 서 있었다. 나는 끝없는 아래를 바라보았다.

 

..... ”

 

!!! ”

 

누군가의 목소리에 나는 놀라 그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 너 죽게? ”

 

그 아이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학교 전교 1등 박연수. 전따인 나를 전교생이 알 듯이 전교 1등인 저 아이도 전교생이 알았다.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왜 죽게? ”

 

나는 그 아이의 물음에 애써 모른 척 하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읏차!! ”

 

그 아이는 내 옆을 따라 난간 위로 올라와서 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는 그 아이의 행동에 당황했다.

 

나도 공부하기 싫은데 확 죽어버릴까?! ”

 

그 아이는 장난치 듯 웃으며 말했다. 그 아이는 웃을 때 보이는 보조개가 예뻤다.

 

“ ........치워. ”

 

나는 그 아이의 손을 탁 쳐서 떨어뜨렸고, 그 아이는 다시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 그럼 죽기전에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라. ”

 

“ ...........? ”

 

그 아이는 씨익 웃어보였다.

 

#

 

그 아이를 따라 도착한 곳은 프라페 가게였다. 그 아이는 딸기 프라페를 주문하고는 강아지마냥 꼬리대신 주먹을 쥐고 흔들며 너무나도 행복해했다.

 

넌 뭐 먹을래? ”

 

“ ....난 됐어. ”

 

아저씨, 똑같은 걸로 하나 더 주세요!!!! ”

 

그 아이는 내 의견은 듣지도 않은 채 말했다.

 

그려~! ”

 

아저씨, 프라페 먹으면 죽은 귀신도 다시 살아날 거 같다니까!! ”

 

아이고, 고놈 참. 말은~! ”

 

그 아이와 아저씨는 계속해서 웃으며 대화를 나눴고, 나도 모르게 그 모습을 보고 입가에 미소가 새어나왔다.

 

!! ”

 

그 아이는 나에게 딸기 프라페를 건넸다.

 

이게 최고야. 기분 안 좋을 때. 여기가 진짜 진국이야 진국. ”

 

나는 얼떨결에 그 것을 받아들었고, 그 아이는 걸으며 할짝대며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나는 말없이 프라페를 손에 쥐고 그 아이를 따라갔다.

 

죽지마. ”

 

“ .........? ”

 

난 내 주변에 누가 죽었다는 소리는 두 번 다시 절대 듣기 싫더라. 난 널 잘 모르지만 너가 죽는다면 슬플 거 같아. 너희 부모님보단 아니겠지만. ”

 

나는 그 말을 듣고 왠지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터져나왔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울었다.

 

..... ! 왜 울어....! ”

 

...흐윽............. ”

 

 

 

 

6

 

 

“ .........? ”

 

난 내 주변에 누가 죽었다는 소리는 두 번 다시 절대 듣기 싫더라. 난 널 잘 모르지만 너가 죽는다면 슬플 거 같아. 너희 부모님보단 아니겠지만. ”

 

나는 그 말을 듣고 왠지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왔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울었다.

 

..... ! 왜 울어....! ”

 

...흐윽............. ”

 

6.

 

죽지마. ”

 

“ .........? ”

 

난 내 주변에 누가 죽었다는 소리는 두 번 다시 절대 듣기 싫더라. 난 널 잘 모르지만 너가 죽는다면 슬플 거 같아. 너희 부모님보단 아니겠지만. ”

 

나는 그 말을 듣고 왠지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왔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울었다.

 

..... ! 왜 울어....! ”

 

...흐윽............. ”

 

----------------------------------------------------------------------

 

마음이 무거웠다. 엄마한테 그렇게 해서인지, 계속해서 떠오르는 그 아이 생각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그 아이가 보고싶었다. 내가 힘들 때 마다 어떻게 알고 항상 내 옆에 있어줬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던, 그 아이가 보고 싶었다.

 

한이현, 어디가? ”

 

나 잠깐 나갔다 올게. ”

우리 모의작당 안 해? ”

 

“ .......얼마 안 걸려. ”

 

수아는 내 표정을 보고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 .........그래 알았어. 갔다 와. ”

 

이 말을 끝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수아한테 고마운 감정을 느꼈다.

 

갔다올게. ”

 

끼익-. ’

 

#

너무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찾아봤던 노트북 속 연수의 파일 이후 처음이었다. 사진 속 웃는 연수의 얼굴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연수야, 나 왔어. 이현이. 장례식 이후로 너 보러 올 용기가 안 나더라. 그래서 못왔어. 미안해. ”

 

나는 점점 목이 메어왔다.

 

“ ....잘 지내? 너는 사람 한 명 살렸으니까 7개 지옥은 프리패스로 통과 했을거야, 맞지? 내가 끝까지 밝혀 낼 거야. 너 죽인 그 새끼..... 내가 꼭......... .. 나도 한번쯤은 너한테 도움 줘야 되지 않겠냐? ”

 

나는 마지막 말을 할 때 연수를 보며 겨우 웃어보였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떨어지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시선을 내린 채 그 아이 옆에 파란 장미꽃을 올려 두었다.

 

까먹은 거 아니다. 알지? ”

 

---------------------------------------------------------------------------

 

이현아, ”

 

“ ........ ”

배이현 !!!!!! ”

 

, . ”

 

나를 부르는 연수의 목소리가 멍한 모습의 나를 깨웠다.

 

무슨 생각해. 왜 이렇게 멍 때리고 있어. ”

 

아니.. .. ”

 

연수는 나를 보고 씨익 웃어보였다. 해는 좋은데 바람이 많이 부는, 그런 날이었다.

 

이현아, 넌 죽는다는거 생각해 본 적 있어? ”

 

나는 말없이 연수를 쳐다봤다.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어도 죽음을 얘기하는데 저렇게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처음이자 마지막 일 것이다.

 

나는 매일 생각해. 지금처럼 바람이 너무 심해서 귀가 터져 죽을 수도 있잖아? ”

 

뭐래. ”

 

위기 탈출 넘버원 보면 그렇던데? 세상은 진짜 위험해. ”

 

시덥잖은 얘기에 미간을 찌푸리며 세상 심각한 표정을 짓는 연수의 모습에 어이없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현아. 나는 내가 매일 죽었다고 가정해. 너도

 

뭔 소리야. 난 안 죽어. 너도. 너나 나나 죽으면 너 때문일거다. ”

 

??!!!!! !!!!!! ”

 

왜라니. 너가 맨날 달 보러 데려가는 난간에서 나만 놀라 떨어져죽거나 혼자 죽기 싫어서 내가 너 손 놓지 않으면? ”

 

, 그게 뭐야 !!!! ”

 

진지한 나의 모습이 웃겨서인지 아니면 그냥 내 말이 웃겨서 인지 연서는 한참을 예쁜 얼굴로 웃다가 내 손을 잡았다.

 

내가 죽으면 나는 국화 싫어. ”

 

“ ....? ”

 

나는 파란 장미꽃. 꼭 그걸로 해줘. ”

 

*나는 잠시 그 아이의 생각에 젖어 있다가, 그 아이의 사진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

파란장미꽃의 꽃말. 인터넷에 찾아봤었다. 너가 하는 모든 생각들을 나도 같이 공유하고 싶었다.

 

타닥, 타닥

 

파란장미꽃의 꽃말 : 불가능, 이루어 질 수 없는 꿈, 이룰 수 없는 사랑.

 

뭐 이런... ”

 

나는 당황하며 스크롤을 더 내렸다. ‘ 파란장미꽃의 꽃말은 이룰 수 있는 꿈, 희망, 기적으로 바뀌었어요 라는 내용과 함께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지어졌다. 인터넷에 꽃말이나 찾고 있는 유치한 17살은 얘가 처음일 것이다. , 이젠 나도.

 

----------------------------------------------------------------------

 

,

 

끼익-. ”

 

아 그냥 비밀번호 치고 들어오라니까. 귀찮게시리. ”

 

수아는 투덜대며 현관문을 세게 닫았다.

 

, 아무리 그래도 남의 집 비밀번호를 어떻게 치고 들어 오냐. 도둑도 아니고. ”

 

, 모르겠고 다음부턴 그냥 문 따고 들어 와 귀찮으니까. 문 안 열어줄거다. 그래서, 잘 갔다왔냐? 표정이 아까보다 훨씬 낫네. 아까는 곧 뒤질 거 같더니만. ”

 

보이는 그대로. ”

 

그래서 모의작당은? ”

 

내일부터 해야지. ”

 

수아랑 나는 짠 듯이 서로를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

오후 2시 한신고 정문 앞. 수아와 나는 영화라도 찍 듯 비장하게 학교 울타리 너머에서 운동장을 봤다.

 

, 보여? ”

 

아니야. ”

 

오후 230분 계울고 정문 앞.

 

, 이수아 좀 비켜 봐. 영화 찍냐? ”

 

아씨, 뒤질래? 닥치고. 저 교복 맞아? ”

 

비슷한 거 같은데.... 위에가 파란색 계열이었는데... 저건가..? ”

 

아 진짜 빨리 생각해내라. 운이 좋아서 애들이 계속 운동장에 있어주는 거지. ”

 

아닌 거 같아. 아니야. ”

 

확실해? ”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수아와 나는 세 번 째 목적지인 정림고로 향했다. 330분 정림고 정문 앞.

 

아 진짜 이수아 뒤질래? ”

 

내가 뭘. ”

 

수아는 초코프라프치노 빨대를 빨아대며 얄밉게 대답했다.

 

너 때문에 그 카페까지 갔다오느라 한 시간 걸렸잖아! 운동장에 아무도 없네. 어떡할 거야. 

 

수아는 씩씩대며 화를 내는 내 입에 프라프치노 빨대를 갖다 댔다.

. 쟤네 아니야? 봐 바. ”

 

나는 엉겁결에 빨대를 입에 물고 수아가 가리킨 편의점을 바라보았다. 저 교복. 아니, 걔다.

 

쟤야. ”

 

저 교복 맞아? ”

 

아니, 쟤라고. 싸가지 교복. ”

 

아 진짜? ”

 

수아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편의점 쪽으로 걸어갔다.

 

..! , 이수아!! 어디가..!!! ”

 

나는 그 아이가 나를 보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럽게 수아의 이름을 불렀지만, 내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편의점 앞에 섰다. 나는 주위에 몸을 숨겨 그 모습을 바라봤다.

 

*

안녕? ”

 

뭐야 너. ”

 

너 정림고 다니지? ”

 

니가 알아서 뭐하게. ”

 

나 유림고 이수아야. ”

 

*

대화하고 있는 거 같긴 한데. 뭐라는지 하나도 안 들린다. 싸가지 교복맨 표정이 어두운 것 만은 확실하다. 잠시 후 교복맨과 친구들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고, 수아는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 이수아!! ”

 

땄어. ”

 

? ”

 

번호 땄다고. ”

 

웃으면서 휴대폰을 내 얼굴에 들이미는 수아를 나는 벙찐 얼굴로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