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artment of Web Culture & Arts

웹문예학과

창작 공간

소설

호수
등록일
2020-04-24
작성자
사이트매니저
조회수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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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준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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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08년 5월 17일 오전 5시 40분쯤 일본 시가현의 한 경찰서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사람 다리 같은 게 비와호에 떠있습니다. 빨리 와주세요.”
>신고를 받고 가장 먼저 도착한 남성은 나카모토 사부로라는 형사로 180cm는 족히 돼 보이는 큰 키, 조폭 무리에 끼여 있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험상궂은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주위에선 성실함과 상냥함으로 꽤나 평판이 좋은 사람이다.
>“안녕하세요, 나가하마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카모토 사부로라고 합니다. 발견 당시 상황을 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어... 그러니까, 친구랑 같이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뭔가 하얗고 기다란 게 떠다니길래 저게 뭐지? 하고 가까이서 보니 사람 다리였어요. 그래서 바로 신고했고요.”
>정신이 반쯤 나간 것 같은 신고자를 달래가며 당시 상황을 듣고 있는데, 각이 칼같이 잡힌 경찰 제복을 입고 누가 봐도 의욕이 충만해 보이는 청년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이쪽을 향해 부리나케 달려오는 청년의 이름은 미나토 스즈키로 경찰이 된지 햇수로 2년이 채 되지 않은 햇병아리다.
>“나카모토 형사님, 호수에서 발견된 건 사람의 오른쪽 다리라는데요? 근데 그게 허벅지랑 발목의 절단면이 아주 깔끔하다고 합니다.”
>‘엄마의 호수라고 불리는 비와호에 토막 난 사체라니 한동안 시끄러워 지겠어.’ 라고 나카모토는 생각했다. 
>“그래, 일단 본부에 증원 요청하고 이분들 안전하게 댁으로 모셔다드리고 와.”
>“알겠습니다.”
>“미나토 순사가 댁까지 모셔다 드릴 겁니다. 혹여나 더 생각나는 게 있으시면 이리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라는 말과 함께 나카모토는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은 주인의 성격을 대변이라도 하듯 심플하고 깔끔했다.
>“네 감사합니다.”
>미나토와 신고자를 경찰차에 태워 보낸 뒤 나카모토는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토막 살인에 사체유기만 하더라도 보통 문제가 아닌데 절단면까지 아주 깔끔하게 잘라냈다라... 게다가 아무리 비와호가 넓다 하여도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이곳에 사체를 유기할 생각을 하다니. 엄청나게 대범한 놈이다. 그리고 절단면이 깔끔하다는 건 칼이나 톱을 잘 다루는 도축업 종사자이거나 살인이 처음이 아니라는 이야긴데, 만약 후자라면 더 큰일이다. 피해자가 더 나오기 전에 빨리 잡아야 한다.’
>여러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에 미나토가 불러뒀던 증원부대가 도착했다.
>“충성! 나카모토 형사님 이렇게 대규모 인원이 출동하다니. 무슨 일입니까?”
>“살인이야, 그것도 토막살인. 발견된 건 오른쪽 다리, 허벅지랑 발목이 자로 잰 듯이 아주 깔끔하게 잘려있었다는구먼.”
>“네? 엄마의 호수에 시체라니...”
>“그러게 말이야, 연쇄 살인의 가능성도 있으니까 최근 10년 안에 일어난 비슷한 사건들 중에 아직 해결 안 된 사건 리스트들 경시청에 요청하고 비와호 연안 수색해보자고.”
>“네, 알겠습니다!”
>평화로움의 상징이던 ‘엄마의 호수’에 수많은 경찰들의 행렬은 지나가던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이윽고 많은 사람들이 폴리스 라인 근처로 모여들었다.
>수색을 시작한지 2시간 남짓 다들 수색을 멈추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거나 그 자리에서 토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신이 있는 일부 경찰들은 확성기에 대고 시민들에게 귀가하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이 난리 통에 그 말을 듣고 순순히 물러나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형사님, 나왔습니다. 이번엔 왼쪽 다리랍니다. 오른쪽이랑 똑같이 허벅지랑 발목의 절단면이 아주 깔끔하게 잘려있었다고 하고요. 최초 발견지점에서 2.5km 떨어진 호숫가 부근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그 후 한 달간 경찰은 비와호 근처를 이잡듯이 뒤졌다. 그리고 그간 경찰은 피해자의 신원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5월 20일엔 피해자의 머리, 21일엔 왼발을 발견. 그리고 나머지 왼손과 오른손은 한 달 뒤인 6월 22일과 23일에 발견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몸통과 오른발은 끝끝내 찾을 수 없었다.
>‘이건 뭐 숨바꼭질하는 것도 아니고 용의자도 없고 피해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조차 나오질 않네. 나오는 거라곤 토막 나 따로따로 호수에 던져진 시체뿐이라.’
>나카모토가 사건 첫날의 기억을 되짚어보고 있을 때  그것을 방해라도 하듯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발신자는 경시청의 다시로였다. 경시청에서 전화가 왔다는 건 피해자에 대해 뭐라도 나왔을 것이다.
>“나카모토 형사님, 그래도 피해자의 머리가 발견돼서 다행입니다. 피해자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어요. 사인은 질식사. 목이 졸린 흔적이 남아있어요. 혈액형은 O형, 머리가 희끗희끗 한 것으로 보아 나이는 45~65세 사이로 추정 되고요. 근데 얼굴이 심하게 훼손됐어요. 눈은 심하게 파여 있고 치아상태도 좋지 않습니다. 앞니도 4개가 없고 코와 턱뼈 쪽은 날카로운 무언가로 갈려있었어요.”
>용의자로 지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혹은 시간을 끌기 위해 시체를 훼손하고 유기했다면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라고 나카모토는 생각했다.
>“또 다른 점은 없었습니까?”
>“음,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는데, 왼쪽 눈가에 뾰루지가 있고, 약간 살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4월에서 5월초 사이에 사망한 뒤 비와호에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고요.”
>“아, 그리고 피해자의 몽타주 나왔어요. 지금 바로 보낼게요.”
>“감사합니다. 또 발견되는 것 있으면 전화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은 나카모토는 경시청에서 보내준 몽타주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흔한 외모에 최근에 새로 들어온 실종 신고도 없다. 피해자는 가족과 떨어져 살거나 가까이 지내는 친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고, 노숙자나 일용직 근로자 쪽부터 시작해봐야겠어.’
>“어이, 미나토 피해자 몽타주 나온 것 언론에 뿌리고 애들한테 노숙자들 많은 곳이랑 일용직 근로자들 숙소부터 탐문하라고 해. 아, 그리고 그런 사람들 많이 모이는 경마장이나 경륜장에도 가보라고 하고.”
>“네, 지금 나가시려고요?”
>“응, 가만히 있는 것 보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게 마음 편해. 그리고 자네는 피해자 몽타주랑 비슷한 가출이나 실종자들 사진 대조해보고.”
>“예 알겠습니다. 다녀오세요.”
>사복차림으로 혼자 비와호에 도착한 나카모토는 ‘엄마의 호수’라는 이명에 맞게 넓게 펼쳐진 비와호를 보며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나카모토는 사건에 진전이 없을 때 사건 발생 장소에서 기억을 되짚어보는 습관이 있었다.
>하지만 비와호에서 시체가 발견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생각보다 주위가 시끄럽네. 집중하긴 힘들겠어. 헛걸음했나?’
>여유롭게 담배를 태우던 나카모토를 발견한 낚시꾼들은 저마다 소곤소곤 이야기하더니 이내 이상하리만큼 조용해졌다.
>주변이 조용해진 것을 느낀 나카모토는 잘됐다싶어 사건을 기록한 수첩을 꺼내보며 천천히 기억을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피해자의 나이는 45~65세 추정, 사인은 질식사, 사망추정 시간은 4월~5월초 사이, 5월 17일 새벽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절단면이 아주 깨끗한 상태로 오른쪽 다리 최초발견, 이어 2시간 뒤 왼쪽 다리, 20일과 21일엔 머리와 왼발, 한 달 뒤인 6월 22~23일 왼손과 오른손 발견, 몸통과 오른발은 두 달이 다되어가는 현재까지 발견하지 못한 걸로 보아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큼. 안면이 심하게 훼손된 걸로 보아 면식범의 가능성이 높음. 연쇄살인의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음.’
>나카모토는 피해자가 ‘조직을 배신한 배신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배신자의 말로를 ‘본보기’로 보여줄 것이었다면 시신을 난도질하더라도 최소한 신원은 확인할 수 있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증거가 턱없이 부족해. 하다못해 피해자 신원만 정확하게 밝혀져도 갈피 정도는 잡을 수 있을 텐데.’
>연달아 담배 세 개비를 피우고 네 개째 입으로 가져가던 찰나 조용하던 낚시꾼들이 시끄러워 졌다.
>“물었다. 꽤나 큰놈 같은데.”
>네 개째 담배에 불을 붙이며 보고 있으니 이윽고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
>한눈에 봐도 꽤나 커 보인다. 아마 메기의 한 종류 같다.
>“이 녀석 족히 60cm는 돼 보이는데요 형?”
>“으하하, 여기는 호수가 넓어서 고기들이 크다고. 이 정도는 기본이지 기본.”
>오늘 첫 수확인지 주변에서 오히려 더 흥분한 모양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카모토는 담배를 비벼 끄고 갓길에 세워뒀던 자동차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오늘은 느낌이 좋아. 뭔가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단 말이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자 안전벨트를 매는 손길이 다급해졌다. 몇 번을 허우적거린 끝에 간신히 안전벨트를 매고 라디오를 틀었다. 라디오에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ost인 Always with me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약간의 흥분상태가 된 나카모토를 진정시켜주기에 적절한 곡이었다. 나카모토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내쉬고 자동차 악셀을 밟았다.
>피해자의 몽타주가 나온 지도 2주가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건에 진전이 없어 시가현 대부분의 경찰들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시가현의 경찰청장은 ‘수사원들의 신발 바닥은 문자 그대로 닳아 없어졌고, 수사 차량의 타이어는 기하급수적으로 마모돼 갔습니다. 그 정도로 저희 경찰들은 정말 열심히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라는 말을 언론과의 인터뷰에 남기기도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카모토 형사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몰골을 한 미나토가 한 손에 서류 종이를 들고 걸어 들어왔다.
>“왜, 보고할 내용이라도 있나?”
>“음, 전에 시키신 것 말인데요. 시가현 시내 건축 근로자숙소 250곳이랑 시가현내의 경마장, 경륜장, 지하철 등 일용직 근로자들이 모일만한 곳은 다 탐문해봤는데요.”
>“그래서 결과는?”
>“허탕이에요. 뭐라도 하나 나와야 저희도 보고를 드릴 텐데 아주 깨끗합니다. 가출이나 실종자 명단 중에 몽타주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 1700명 정도 추려봤는데 피해자와 일치할만한 사람은 없었어요.”
>나카모토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는 듯이 5분 전과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모니터로 고개를 돌리고 키보드를 연신 두드려댔다.
>“이대로라면 범인 절대 못 잡아. 이 새끼가 한 번 더 날뛰어야 이 새끼 꼬랑지 냄새라도 맡아보지.”
>“에이 형사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이 녀석 만약 못 잡더라도 피해자가 더 안 늘어나는 게 좋죠. 아, 그리고 여기에 현상금 걸린다는 거 알고 계세요?”
>“현상금?”
>“네, 피해자든 가해자든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사람한테 300만 엔을 보상금으로 지급한다고, 조금 있다 점심시간에 뉴스 특보로 내보낸다고 아까 선배님들이 말씀하시는 것 들었어요.”“300만 엔이면 경시청이 걸 수 있는 최고 금액이잖아.”
>“네, 요즘 국민들 관심이 여기에 쏠려 있어서 위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지금도 허위 신고가 넘쳐나는데 보상금까지 걸리면 감당 안 될 텐데?”
>“그래서 광고 마지막에 허위 신고는 불구속 입건될 수 있는 중범죄다. 라는 경고 문구를 확실하게 넣으라는 청장님 특별 지시가 있었슴다.”
>“그래?”라고 말한 나카모토는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점심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조금 일찍 갈까? 야끼사바소멘 어때?”
>“요카로우 말씀하시는 거예요? 저는 거기 고등어 소면이 맛있더라고요. 저는 좋아요.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할까요?”
>“그래, 아마 오늘 점심 이후로 엄청 바빠질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