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추문예
양선혜, 「마른 행주」(제3회 신추문예 <차하> 수상작)
- 등록일
- 2021-10-25
- 작성자
- 웹문예학과
- 조회수
- 150
마른행주 (양선혜)
오늘 새벽,
바닥에 물을 흘렸다
누가 밟아 내 슬픔이 다른 곳에 머물면 어쩌나
마른행주로 닦아냈다
다음날 새벽,
바닥에 물을 흘렸다
어제 닦았던 행주는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았다
그치만 누가 내 슬픔을 들여다보면 어쩌나
덜 마른행주로 닦아냈다
그 다음날 새벽,
바닥에 물을 흘렸다
여전히 행주는 마르지 않고 젖어 있었다
이젠 행주가 내 슬픔을 다 머금지 못한다
행주가 담아내기엔 너무 많은 양의 슬픔이었다
슬픔에 젖지 않은 행주를 가져와서 닦아볼까
아니 그냥 이 슬픔이 완전히 마를 수 있도록
손대지 않기로 했다